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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왜 귀농·귀촌 하는지 이유 분명해야 한다”

등록 2022-07-04 09:12수정 2022-07-04 09:22

귀농·귀촌, 이상과 현실 사이

박용범 전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귀농귀촌은 삶의 뿌리 옮기는 큰 결단,
생활기술 익혀 자립 도모한다 생각해야”
공방에서 작업 중인 박용범(51)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공방에서 작업 중인 박용범(51)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귀농·귀촌 인구가 51만5천명(2021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업에서 비전을 찾는 30살 이하 젊은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니 반가우면서도 한편 어떤 비전일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은퇴 세대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촌을 결행한다. 자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다시 도시로 탈귀농하는 인구는 도시유입에 묻혀 있지만 그 수가 적지 않다. 귀농은 단순히 직업의 선택도 아니고 새집으로 이사 가듯 떠나는 게 아니다. 삶의 뿌리를 옮겨놓는 큰 결단이다.

왜 귀농하는지 조사했더니 자연이 좋아서(31%)가 가장 많고 두번째로 농업에 비전이 있어 보여서(23%)라는 답변이 많았다(2020년 실태조사). 시골에는 쓰레기를 가리지 않고 태울 때가 많다. 근처에 축사가 있다면 악취를 각오해야 한다. 슬그머니 마을 뒤로 악성 폐기물업체도 들어온다. 주민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 도시에서는 환경단체가 하는 일이지만 여기는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시골로 들어오니 왜 귀농하면 바쁘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주로 농업에서 비전을 찾는다고 했다고 하는데, 자본이 넉넉할까? 비전 있는 농업은 대개 돈이 많이 드는 시스템화한 농업이다.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팜이 대표적이다. 규모화와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다. 앞으로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 예상한 시스템이다. 기술이 대신하겠다는 것인데, 정확히는 자본으로 농사를 짓는 일이다. 지방소멸과 더불어 무인농장으로 시골을 점령할 태세다.

시골의 자연은 지키는 자의 것이다. 한가한 전원의 목가적인 여유도 오전 내내 땀 흘려 풀을 맨 자의 것이다. 내가 왜 귀농·귀촌하는지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자연이 좋아서라면 근교 주말농장으로 가는 게 낫다. 방점은 자연이 아니라 내가 자연을 가꾸는 데 있다. 관점이 변하면 귀농·귀촌 준비도 구체적으로 달라진다. 집을 크게 짓기보다 창고를 더 넓히게 된다. 생활에 꼭 필요한 기술을 배워 자립을 도모한다. 맡기는 일보다 직접 하는 일이 많아진다. 농사 규모를 키우기보다 자급의 관점에서 다양한 기술을 익히며 농사와 친해지는 게 우선이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귀농 이유 찾기는 필수적이다.

박용범씨는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활동하다 2013년 전북 완주로 귀농했다. 생활기술학교를 세워 공유공방, 연장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농부에게 필요한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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