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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운찬 전 총리 “윤 정부 인사 ‘동반성장’에 경제 망했다고 말해”

등록 2022-07-18 07:00수정 2022-07-18 11:20

동반성장연구소 10주년 인터뷰

양극화 방치하면 경제·사회 모두 파탄
경제 키우되, 부자가 가난한 사람 배려를
일부 신자유주의자만 동반성장을 부정

정부에 동반성장 의지 있는 사람 안보여
검사 중심 인사편중, 다양성 잃어 위험
정치 안 맞아…친 동반성장 의원 돕겠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동반성장연구소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동반성장연구소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경제계가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하며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약속했는데, 이제는 행동은 하지 않고(No Action), 말만 하는(Talk Only) ‘나토’(NATO)는 안 됩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동반성장연구소 사무실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한 인터뷰에서 “양극화 심화를 방치하면 우리 경제와 사회가 파탄 난다. 동반성장으로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결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 전 총리는 “한국처럼 대-중소기업 간 갑을관계가 심한 나라가 없고,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는 아직도 여전하다”고 걱정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동반성장 의지가 있는 사람을 많이 기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는 인사가 수년 전 공부모임에서 “동반성장이 나라 경제를 망쳤다”고 말해 깜짝 놀랐던 일화를 소개했다.

정 전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에 대해 “이명박(MB) 정부 때도 양극화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며 반대했다”며 “대기업의 성장 과실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는 낙수효과가 이미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원자재 가격이 변동하면 납품단가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대기업이 반대하더라도 즉각 도입할 것을 권했다.

정 전 총리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스승인 조순 전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케인스주의자로 분류된다. 정부 개입에 반대하고 시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와 대척점에 서 있고, 재벌개혁을 주창한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 대통령에게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건의했고, 총리에서 물러난 뒤 신설된 동반성장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2012년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든 뒤 ‘동반성장 전도사’를 자처하며 동반성장 문화 조성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6월 중순 동반성장연구소 10주년 행사가 열렸다. 지난 10년간 동반성장이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임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동반성장이 있는 사람 것을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공정하게 나누어서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사회철학이다. 경제 전체의 파이는 크게 하되, 분배를 좀 더 개선하자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이 100인데 부자에게 80, 가난한 사람에게 20이 분배됐다고 가정해보자.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것은 국내총생산은 110으로 키우되, 분배는 88 대 22가 아니라, 85 대 25나 82 대 28로 해서, 가난한 사람을 좀 더 배려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21세기 가장 중시되는 가치를 ‘공동의 이익과 이타주의’라고 강조했는데, 동반성장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동반성장이 대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투자·고용·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도 있다.

“대기업은 돈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많지만, 정작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다. 반면 중소기업은 투자할 곳은 많지만 돈이 없다. 대기업으로 가는 돈이 중소기업으로 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2010~2012년 동반성장위원장으로 있을 때 (대-중소기업 간 협력사업에서 나온 수익을 나누는) ‘협력이익배분제’ 도입과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을 막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추진한 이유다. 중소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생산이 늘고, 생산이 늘면 고용과 소득이 증가하고, 소비가 증가해서 다시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동반성장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저성장,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 동반성장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을 옹호하는 일부 신자유주의자들뿐이다. 미국의 국가경쟁력위원회도 ‘국가혁신보고서’에서 대-중소기업 관계의 변화를 국가혁신 키워드로 지목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2009년 국무총리 취임 다음날 서울 구로동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을 찾았다. 또 대통령에게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건의했다고 하는데.

“평소 중소기업은 없이 대기업만 발전한 경제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명박 정부가 중소기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2010년 봄에 한 중견기업 경영자가 찾아와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너무 심해 차라리 이민 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다음날 이 대통령을 찾아가 ‘오죽하면 그런 말을 했겠느냐. 특단의 조처를 하지 않으면 나라가 파탄 난다’고 건의했다. 그해 9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대·중소기업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동반성장위원회 신설을 결정했다. 국회가 세종시 건설 수정 계획안을 부결시켜 총리직에서 자진사퇴한 상태였는데, 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해서 받아들였다.”

―정작 동반성장위원회 활동은 녹록지 않았던 것 같다.

“2010년 12월 대기업·중소기업·공익 대표로 구성된 회의가 처음 열렸다.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서 4대 재벌그룹의 부회장이 ‘위원회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공격했다. 위원회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여야 의원들에게 부탁해 1년 만에 겨우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예산과 인력을 두배로 늘려달라고 요청하니까 ‘예비비를 다 갖다 쓰라’고 했지만, 실무자들이 협조를 안 했다. 신임 지식경제부 장관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며 딴소리를 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이익공유제’(훗날 협력이익배분제) 제안에 대해 급진 좌파적 주장이라고 공격했다. 2012년 초 다시 대통령에게 세번이나 예산과 인력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이 ‘동반위가 그동안 많은 일을 하지 않았느냐’고 하길래, 그만두라는 뜻으로 생각해 사표를 냈다.”

―동반성장을 화두로 삼은 데는 두 스승의 가르침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대학에 들어갈 때 은인인 스코필드 박사(캐나다 출신의 수의학자로 3·1 독립선언에 기여한 독립운동가)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국력신장에 직접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각종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가르쳐주는 학과를 선택하라고 권했다. 또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 성장했지만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눈곱만큼도 없는 게 안타깝다면서, 소득불균형이 앞으로 30~40년 뒤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학에서 만난 조순 선생도 사회는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두분의 가르침을 실행할 좋은 기회였음에도 중도에 그만둔 게 죄송해서, 2012년 6월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들었다.”

―서울대 총장 시절에 신입생 선발과 관련해 지역균형선발제도를 도입한 것도 대도시와 지방 간의 동반성장을 위한 것이었나?

“그렇다. 전국의 1700여개 고등학교로부터 3명 이내씩 추천받아 그중에서 1200명을 뽑는 방식이다. 총장 시절에 서울대 입학 정원을 4천명대에서 3천명대로 줄인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게 주목적이었으나 동반성장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옛날 기획원·재무부·상공부 등 경제부처의 사무관급 이상이 700명이었는데, 서울대 경제학과와 경영학과 졸업생이 200명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대가 신입생을 덜 뽑아 우수한 학생이 다른 대학으로 가도록 한 것이다. 삼성과 대우를 비교해보자.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대우는 해체되는 상반된 길을 걷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인재의 다양성이다. 대우는 김우중 회장이 경기고와 연세대를 나왔기 때문인지, 이른바 ‘스카이(서울·고려·연세대) 출신’이 많았다. 반면 삼성은 인적 구성이 다양했다. 미국은 대학에서 신입생을 뽑을 때 인종·지역·계층균형을 준수한다. 흑인의 인구비율이 10%면, 학생의 10%도 흑인으로 뽑는 식이다.”

―동반성장연구소가 7월14일 제88회 포럼을 개최했다. 10년간 거의 매달 연 셈이다. 그동안 연구소의 활동과 성과는?

“동반성장 문화 조성과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포럼과 함께 책도 여러권 냈다. 개인적으로는 언론 칼럼과 기고문 집필 90여차례, 인터뷰 60여차례, 국내외 강연 440여차례를 했다. ‘동반성장 전도사’ 역할을 한 것이다. 서울시(박원순 전 시장), 제주도(원희룡 전 지사) 등 지방자치단체, 일성여자중고등학교(교장 이선재) 등 각급 학교와 동반성장에 협력하는 업무협약도 맺었다. 청년들에게 동반성장 정신을 불어넣기 위해 논문대회도 열었다. 연구소는 동반성장을 대·중소기업 상생을 넘어 빈부, 도농, 수도권·비수도권, 남녀, 남북, 국가 간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왔다.”

―경제계와도 협력 네트워크를 이루면 좋을 것 같다.

“몇년 전 대기업 한두곳에 협력을 제안한 적이 있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그만뒀다. 연구소 초기에 재정적으로 힘들었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해 도와주었다. 서울대 총장으로 있을 때는 부친인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대학 발전을 위해 약 1천억원을 지원해줬다.”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가치로 기회평등, 공정한 경쟁과 분배를 강조하는데.

“한국처럼 대-중소기업 간에 갑을관계가 심한 나라가 없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많지 않은 이유다. 벤처나 소기업이 중기업이 되고, 중기업이 다시 강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는 게 기회의 평등이다. 또 한국은 불공정 행위가 너무 심하다. (계약서도 안 주는) 구두 주문, 장기 어음 결제 문제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는 아직도 여전하다.”

―구체적인 불공정 사례를 제시할 수 있나?

“2019년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원로 오찬간담회 때 기술 탈취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서오텔레콤 사례를 소개했다. 서오텔레콤은 범죄 예방을 위한 스마트폰 긴급호출 서비스 관련 기술 탈취 혐의를 받는 대기업과 십수년 동안 법정투쟁을 했다. 대기업이 이러면 안 된다. 정부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기술 탈취는 절대 안 된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올해 1분기 자동차 부품 상장사 83곳 중 30%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 등 경제 환경이 나쁜 탓도 있지만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심각하다. 동반성장위원장으로 있을 때도 대기업의 수익률이 중소기업의 3배가량 됐다. 10여년이 지나면서 조금은 개선됐을지 모르지만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경영난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요인이 큰 것으로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도입을 주장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는데.

“독일에 특수용기를 수출하는 친구가 있다. 독일 수입업체로부터 자주 연락이 온다고 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미리 돈을 줄까, 아니면 수입 시점에 맞춰 가격을 올려줄까를 묻는 것이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틀렸다. 대기업은 각종 비용(재료비와 인건비 등)에 이윤을 얹어 제품가격을 결정한다. 이윤의 일부를 줄여서 납품가격을 올려주면 되는 일 아닌가?”

―윤석열 정부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공약했지만 대기업이 반대하자, 시범운영을 하기로 물러섰다.

“정부는 즉각 도입해야 한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데 대기업까지 어려워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경제계가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하고, 5대 실천과제 중 하나로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또 대통령이 참석한 중소기업인대회에서도 5대 그룹이 상생경영을 다짐했다.

“김대중 정부 때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나토’(NATO·행동은 하지 않고 말만 함)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동반성장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소기업도 자주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열린 마음을 갖고 중소기업을 같은 식구로 생각해서 다 같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의지가 있어야 한다. 대기업이 단기적으로 빨리 가려면 혼자 가는 게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멀리 가려면 중소기업과 같이 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친기업을 표방하고 법인세 인하와 기업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총리 시절에 대통령에게 법인세 인하 중단, 부자감세 철회를 설득한 바 있다. 또 ‘선성장 후분배’ 전략의 폐기도 강조했다. 새 정부에 충고를 한다면?

“이 대통령에게 ‘법인세 인하를 중단하십시오. 한국의 법인세가 선진국과 비교하면 높지 않습니다. 국제경쟁력이 약한 것은 세금이 아니라 기술 부족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성장 과실이 중소기업 등 국민경제 전반으로 흘러가는 낙수효과가 사라졌다. 과거 세계화가 안 됐을 때는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과 주로 거래했지만, 이제는 외국 중소기업하고도 거래를 많이 한다. 윤석열 정부가 동반성장 정책을 소홀히 하고 양극화 심화를 방치하면 우리 경제와 사회가 파탄 난다. 정부가 무엇보다 동반성장을 중시하는 사람을 많이 기용해야 한다.”

―새 정부에 동반성장에 의지가 있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수년 전 모 경제연구회에서 세미나를 열었는데, 훗날 윤석열 정부에 참여한 인사도 참석했다. 그가 ‘동반성장 때문에 한국 경제가 망하게 되었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최근 30%대까지 떨어진 주요 원인으로 인사 실패가 꼽힌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언론인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저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더 베스트 앤드 더 브라이티스트)에서 미국 정부와 베트남전의 관계를 파헤쳤다. 1960년대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 시절 미국 정부는 역사상 가장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케네디 대통령과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은 하버드 출신,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엠아이티(MIT) 출신, 맥조지 번디 대통령 특별보좌관은 예일대 출신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결코 들어가서는 안 되는 월남전에 개입하는 등 최악의 시대를 겪었다. 윤 대통령은 측근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능력주의를 강조한다. 검사와 서울대 출신들로 정부를 채워서 조직의 다양성을 잃으면 미국처럼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 정부를 다양하게 구성해야 다른 의견이 나와 의사결정이 균형을 이루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부친과도 같은 스승이라고 했던 조순 선생이 6월 말 작고했다. 추모사에서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 동반성장위원장 등 다양한 이력이 있지만 선생의 제자라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자 빛나는 자랑이라고 밝혔다. 스승을 잃은 소회가 어떤지?

“아직도 깨침이 부족한 나로서는 더 오래 계셨더라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한국 경제도 해결할 문제가 많은데, 선생의 혜안이 담긴 처방을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돼 안타깝다. 선생이 살아계실 동안에 사회를 위해 좀 더 많은 메시지를 남기셨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지난 5월 조순 선생과의 인연을 담은 책 <나의 스승, 나의 인생>을 펴냈다.

“지난해부터 선생이 오래 못 버틸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돌아가시기 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책을 썼다. 스승의 날에 조순 선생을 찾아가 책을 보여드렸다. 평소 반말을 한번도 안 하셨던 분이 내 손을 잡으면서 ‘운찬아, 고맙다’고 하셨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책에서 2007년 대선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사양했는데, 2017년 대선에 출마한 것은 동반성장 캠페인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라면 다시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있나?

“나는 정치와 안 맞는다. 정치할 생각은 없지만, 동반성장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을 돕고 싶다. 시대전환의 조정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홍정민 의원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녹취 노영준 보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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