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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금값 10배’면서 돈은 안 되는 ‘로듐’, 왜 생산하려는 걸까

등록 2022-07-19 14:56수정 2022-07-20 02:51

1g에 60만~70만원…금값 10배 귀금속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 물질
질소산화물 제거 대체불가 필수재
LS, 연말께 국내 첫 생산 예정
“회수기술 체계 완성·ESG 경영 차원”
로듐 이미지. 구리 광석에서 추출한 분말 상태의 로듐(왼쪽)은 석탄가루와 비슷한 상태다. 로듐 분말은 스펀지 형태로 뭉쳐진 뒤 추가 제련·정련 과정을 거쳐 원기둥이나 구슬 모양의 금속재로 만들어진다. 이를 액화한 뒤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에 점착해 촉매 물질로 활용한다. 엘에스(LS)니꼬동제련 제공
로듐 이미지. 구리 광석에서 추출한 분말 상태의 로듐(왼쪽)은 석탄가루와 비슷한 상태다. 로듐 분말은 스펀지 형태로 뭉쳐진 뒤 추가 제련·정련 과정을 거쳐 원기둥이나 구슬 모양의 금속재로 만들어진다. 이를 액화한 뒤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에 점착해 촉매 물질로 활용한다. 엘에스(LS)니꼬동제련 제공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엘에스(LS)니꼬동제련 귀금속 공장의 한 귀퉁이에선 로듐(Rh) 생산 시설을 짓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작해, 올해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엘에스니꼬동제련 쪽은 19일 “생산설비 구축을 마무리하는 대로 본격 생산에 앞서 6개월~1년 가량 시제품을 만들게 된다”고 밝혔다. “완공 시점을 애초 5~6월로 잡았다가 품질 강화를 위해 생산설비를 보완하려고 늦췄다”고 했다.

일정대로 엘에스니꼬동제련 생산 시설에서 로듐이 만들어지면, 동제련 과정을 통한 국내 첫 생산 사례로 기록된다. 국내 업체 희성촉매의 로듐 소량 생산은 폐차 처리된 자동차의 배기가스 정화장치에서 로듐 성분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로듐은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에 주로 쓰이는 촉매 물질이다. 엘에스니꼬동제련 쪽은 “가솔린 차량에서 질소산화물을 걸러내는 데 쓰이는 대체불능의 필수재”라고 설명했다. 디젤 차량에서 ‘요수소’가 하는 역할과 같다고 했다.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 엘에스(LS)니꼬동제련 제공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 엘에스(LS)니꼬동제련 제공
일반 가솔린 차량 한 대에 1g 정도 들어간다는 로듐은 같은 중량 금값의 10배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귀금속 거래사이트 ‘머니 메탈스 익스체인지’ 누리집에 고시된 로듐 가격은 18일 기준 1g당 459.76달러(한화 60만원)이다. 금값(54.96달러)의 8.4배에 이른다. 연고점을 찍은 지난 3월7일 로듐값은 1g당 713.75달러까지 치솟아 같은 시기 금값(64.24달러)의 11.1배였다.

엘에스가 생산하게 될 로듐의 원료는 칠레를 중심으로 중남미 국가에서 주로 들여오는 구리 광석이다. 수입국 현지에서 구리 순도 2~3%의 광석을 분말로 만들고 정제과정을 거쳐 순도 25% 수준의 ‘동정광’(銅精鑛·정제과정을 거친 동광석 분말) 상태로 만드는 게 1단계 과정이다. 이렇게 여과된 동정광은 선박 운송을 통해 울산의 온산제련소로 옮겨진다. 엘에스니꼬동제련은 이를 용광로에 녹이고 정제해 순도 99.5%의 구리판을 뽑아낸 뒤 전기분해 과정을 통해 순도 99.99%의 전기동(電氣銅·전기분해를 거친 고순도 구리)을 생산한다.

이런 ‘전련’ 과정에서 순수 구리 성분을 제외한 불순물이 침전물 상태로 남는데, 여기서 금·백금·팔라듐 따위의 귀금속과 희소금속을 뽑아낸다. 로듐도 이 과정에서 추출된다. 엘에스니꼬동제련 업무홍보팀 최용실 팀장은 “침전물에 들어있는 로듐의 양이 워낙 적어 그동안엔 생산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 상태의 로듐은 붉은색을 띤다. 로듐의 어원이 그리스어로 장미를 뜻하는 로돈(rhodon)인 까닭이다.

엘에스니꼬동제련 생산 시설에선 석탄가루처럼 시커먼 로듐 분말을 느슨하게 뭉쳐 스펀지 상태로 만든다. 고객사는 이를 받아 제련·정련 과정을 거쳐 구슬이나 원기둥 모양의 단단한 금속재로 탈바꿈시켜 부품 및 소재 회사에 제공한다. 최종 사용 단계에선 매개체로 액화한 뒤 배기가스 정화장치에 점착시켜 사용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로듐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주요 수입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엘에스니꼬동제련 쪽은 “이번에 로듐 생산 라인을 구축하면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물질 3총사’를 모두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로듐과 함께 정화물질 3총사로 일컬어지는 금속인 팔라듐(가솔린)과 백금(디젤)은 배기가스 중 탄화수소·일산화탄소를 걸러내는 기능을 한다.

엘에스니꼬동제련의 로듐 생산 추진은 기대와 함께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도 있다. 먼저 경제성 문제다. 엘에스니꼬동제련 쪽은 시제품 생산 단계에서 생산할 물량은 4kg 남짓(로듐 함량 기준)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값으로 치면 20억원 가량이다. 이 회사 한 해 매출이 10조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할 때 매출 기여도는 아주 낮다. 추출 과정에 들이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사업적으로는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의 로듐(HS코드 7110.31 기준) 수입 규모 1177kg(6억3200만달러·한화 7500억원)에 견줘서도 보잘 것 없는 양이다.

여기에 자동차산업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있다는 사정도 있다. 이는 내연기관 배기가스 정화장치에 쓰이는 물질의 사업성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엘에스니꼬동제련 귀금속영업팀 이은욱 매니저는 이에 대해 “로듐의 매출 비중은 낮지만, 기존 원료에서 새로운 소재를 회수하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흐름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가 강해지고 있는 추세를 일컫는 대목이다.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사건) 뒤 디젤 차량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 또한 로듐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로듐의 용도가 가솔린 차량 정화장치에 한정돼있지 않다는 점도 있다. 로듐은 석유화학 물질 촉매와 유리 강화용 첨가제·특수비료 소재이기도 하다. 또 광택성에서 뛰어나 장신구에 쓰이고, 연료전지 촉매제로도 활용되는 등 쓰임새가 넓다고 엘에스 쪽은 설명한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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