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를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으로 축소하되,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 범위에 포함시키는 제도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법령상 근거도 마련될 전망이다. 총수에게 사실혼 배우자가 있는 에스케이(SK)와 총수가 외국인인 쿠팡이 이번 제도 개편의 영향권에 들지 주목된다.
26일 공정위 관계자는 “다음달 초 입법예고할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세부 내용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업집단 동일인의 특수관계인 목록이 다각도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정과제로 제시된 바 있는 친족 범위 축소(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4촌 이내 혈족·3촌 이내 인척)는 물론이고, 사실혼 배우자 등을 특수관계인에 포함시키는 방안 또한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까운 친인척이 아니더라도 총수의 지배력을 보조하고 있는 자라면 특수관계인으로 보고 경제력 집중 방지 규제 틀 안에 들어가게끔 하는 게 맞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자본시장법이나 금융사지배구조법, 상법 등 다른 법령에서는 사실혼 배우자 등이 특수관계인에 포함돼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보면,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자, 혼인 외 출생자의 생모, 본인(동일인)의 금전이나 재산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본인과 생계를 함께하는 사람도 특수 관계인이다. 이와 관련해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0월 공정위가 개최한 학술토론회에서 “자본시장법은 특수관계인을 상당히 넓게 포함하되, 영향력 면에서 의미가 없으면 배제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현실에 맞게, 규제 취지에 초점을 맞춰 (특수관계인 범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 국적인 사람도 기업의 실질적 지배자로서 일정 기준을 갖추면 동일인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동일인을 내국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물론이고, 동일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 자체가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공정위는 쿠팡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면서도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의장은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고 지정하더라도 제재를 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동일인 지정 기준’을 신설할 예정이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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