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준공된 평택 수소생산기지.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국가 예산 지원을 받아 경기도 평택 아산국가산업단지에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 27일 마무리돼,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수도권 수소생산기지로는 첫 사례이며, 전국적으로는 2021년 말부터 운영 중인 경남 창원 생산기지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수소생산기지 구축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019년부터 대산·울산·여수 등 석유화학 단지에서 생산되는 차량용 수소 공급의 지역 편중을 풀기 위해 수요지 인근에서 도시가스(천연가스)를 활용해 수소 연료를 공급하는 수소생산기지 건립 방안의 하나로 추진했다. 창원·평택에 이어 삼척·부산·대전·인천·완주 등 5곳에서도 생산기지 구축 사업을 추가로 벌이고 있다.
평택 수소생산기지 구축은 2019년 산업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이듬해 1월부터 시작됐다. 총사업비는 국비 48억5천만원을 포함해 230억원 수준이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주도로 이뤄졌으며, 평택도시공사가 토목건축을, 가스기술공사가 시공운영을 맡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평택 수소생산기지에선 도시가스를 활용해 하루 최대 7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수소차 한 대당 최대 충전량이 6㎏(현대차 넥쏘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43만대 수소차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이다. 현재 운영 중인 수도권 소재 수소 충전소 33곳의 공급량(일평균 2t·월간 총 55t)을 웃돈다.
평택기지는 시운전 등을 거쳐 다음 달부터 수소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수소 유통가격 인하와 국내 수소산업 기술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산업부는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33개 수소충전소는 대산석유화학단지(충남 서산) 등 원격지에서 평택 생산기지로 공급처를 전환해 운송비의 5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평택 수소생산기지 조감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충전소의 운영비 절감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소 생산의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수소 생산기지에서는 화학반응을 일으켜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소는 석유화학 단지의 생산 공정에서 추출되는 ‘부생수소’와는 다른 과정을 거쳐 ‘개질수소’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생산기지 구축에 따른 충전소의 운영비 절감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려면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하 요인이며 환경적 의미도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개질수소 생산에서 청정수소 쪽으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창원·평택 외 나머지 5곳의 수소생산기지 설립을 올해 중 완료하고, 2026년까지 수전해 및 탄소포집 기능을 갖춘 청정수소 생산기지 구축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평택기지의 일부 생산공정에는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하고, 국내 기업 원일티엔아이(T&I)가 제품화해 2020년 조달청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된 국산 수소개질기가 사용된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생산실적이 축적되면 이 설비의 국내 이용 확대 및 해외 진출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은 이날 준공식에서 “평택 생산기지는 수도권에서 수소 경제 시대를 이끌 중요한 기반”이라며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청정수소 인증제’를 도입하고 수소 발전시장을 개설하는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