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내식당.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ㄱ사는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공장 내 창고 일부를 카페로 만들어 운영하려다가 포기했다. 공장 안에 구내식당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현행 법규에 따라 건축물 용도변경 절차를 거쳐야만 카페 같은 휴게 음식점 설치 허가를 받을 수 있고, 용도변경을 위해선 조경 시설을 구비해야 했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공장 내 카페 개설을 막고 있는 이 규제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박 옴부즈만은 “공장 내 카페를 직원 복리후생 시설로 인정해 건축물 용도변경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관련 부처에 건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중기 옴부즈만은 중소기업 관련 규제 개선과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자리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천, 국무총리 위촉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 중기부는 옴부즈만지원단을 두어 업무를 뒷받침한다.
현행법상 공장 안에 구내 식당이 없을 경우 해당 면적만큼을 ‘휴게 음식점’으로 건축물 용도변경을 해야 카페를 설치할 수 있다. 카페는 구내식당과 달리 직원 복리후생시설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내식당, 직장 어린이집 등은 공장의 부대 시설인 직원 복리후생시설로 인정돼 별도의 건축물 용도변경 없이 공장 내에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 구내식당 내부에 설치할 경우 해당 면적이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하, 50㎡ 이하이고 다류(차 종류)를 조리·판매하는 휴게 음식점이라는 조건을 갖추면 된다.
중기부 옴부즈만지원단은 “지역의 입지 조건에 따라선 공장 일부 공간을 휴게 음식점으로 용도변경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건축법상 조경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등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공장에서는 카페나 매점을 허가 절차 없이 암묵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원단은 덧붙였다. 옴부즈만지원단 관계자는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벌인 적은 없지만, 여성 직원 비중이 높은 지방 영세업체들에선 카페 설치 수요가 꽤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박주봉 옴부즈만은 “관련 법령을 개정해줄 것을 국토부와 산업부에 건의하고,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번 건의가 수용되면 구내식당이 없는 영세한 공장에서도 직원들을 위한 ‘작은 카페’ 등 휴게 시설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어 직원 사기 진작과 복지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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