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로켓배송 거래 조건으로 부당한 광고비 집행 등을 요구해 입점업체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쿠팡 배송차량. 쿠팡 제공
쿠팡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입점업체들한테 판매장려금 명목의 광고비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등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입점업체들 쪽에서 제기됐다. 이는 입점업체 의사에 반하는 광고 집행을 금지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유에 해당한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은 지난해말부터 올해 초 사이 로켓배송 입점업체들과 연간 거래 계약을 맺으면서 매월 광고 및 판매장려금을 쿠팡 쪽에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구두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하루배송이 가능한 로켓배송 상품을 납품하는 모든 제조사들과의 계약에 적용됐다. 입점업체들은 “자체 마진 손실을 보존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둔 것”이라며 “이를 수용하지 않아 쿠팡 플랫폼에서 해당 업체 상품 판매가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입점업체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입점업체들은 “쿠팡이 ‘상품당 순수 마진’인 피피엠(PPM·Pure product Margin)을 책정해 광고비를 집행한다”고 말한다. 피피엠이란 특정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쿠팡에 무조건 보장하는 최소 마진율로, 상품 1개당 총마진의 최대 50% 수준까지 책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 1개를 팔았을때 1천원의 마진이 남는다고 가정하면, 쿠팡과 제조사가 각각 500원씩을 가져가는 구조란 뜻이다. 다른 이커머스들과 비교해 쿠팡이 가져가는 마진율이 최대 2배가량 높다.
입점업체들은 “쿠팡이 최저가 경쟁을 위해 계약 당시 판매가격보다 더 낮게 상품을 판매한 뒤 손실액을 제조사들에게 광고비로 요구한다”고 설명한다. 쿠팡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실시간 최저가에 맞추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정책을 시행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ㄱ대기업 영업팀장은 “아무런 협의 없이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손실액만큼 광고를 하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식”이라며 “우리는 쿠팡이 이후 지급할 상품 대금에서 광고비를 제하고 주는 상계처리 방식으로 손실을 보존하는데, 심한 달에는 받아야 할 대금액 중 30%가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입점업체 관계자들은 “쿠팡이 증거가 남지 않는 ‘구두계약’ 형식으로 피피엠 광고비 집행 계약을 맺고 있다”고 말한다. 쿠팡은 광고 집행 전후 입점업체들과 형식적인 서면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8월 쿠팡이 부당하게 판촉·광고비를 수취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며 “법망을 피하기 위해 구두계약이란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제조사들은 “이커머스 시장의 독과점 지위를 가진 쿠팡의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ㄴ식품 대기업의 지난해 매출 내역을 보면, 온라인 매출의 50% 이상이 쿠팡에서 발생하고, 오프라인 매출을 포함해도 25%를 넘는다. 쿠팡과의 거래중단은 곧 매출 급감을 의미한다. ㄴ기업 임원은 “처음엔 많은 매출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의존도를 높인 뒤 단가를 후려치는 게 쿠팡의 거래 공식”이라며 “마진을 포기하고 매출 하락을 막기 위해 거래를 유지하는 상황인데, 보복이 두려워 어떤 기업도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이런 행태를 두고 “거래상 지위 남용과 부당 광고 집행 등 불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서치원 변호사는 “이미 공정위 제재를 받은 쿠팡이 우회적으로 광고비를 집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래상 지위 남용과 부당한 광고판촉비 집행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는 혁신이 아니라 과거 대형마트의 지위 남용 행위를 플랫폼으로 교묘하게 옮긴 것이어서 현 정부 플랫폼 자율규제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모든 계약은 입점업체와 협의를 거쳐 구두계약이 아닌 서면계약으로 체결하고 있다. 업체들에 불리한 조건을 강제하지 않는다”며 “쿠팡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며 셀러가 상품을 납품할 수 있는 많은 채널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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