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대 오프라인 소매 기업인 월마트가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도 다소 잦아드는 분위기다. 다만 실적이 개선된 데에는 원래 월마트의 주된 고객층이 아니었던 고소득자의 발길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 효과를 배제한 물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감소 추세라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17일 월마트
실적 자료를 보면, 월마트의 올해 2분기(5∼7월) 매출은 152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늘었다. 1508억달러 수준에 머물던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결과다. 마진율이 낮은 식료품 비중이 증가한 영향 등으로 영업이익은 6.8% 감소한 69억달러를 기록했다. 월마트는 “2분기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마무리됐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소비지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기존의 우려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월마트 실적은 이 회사의 주된 고객인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월마트가 시장 전망치보다 양호한 실적을 내놓자 이들의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도 다소 걷히는 모양새다.
다만 물가가 크게 뛰면서 월마트 고객의 소득 구성이 바뀐 점은 변수다. 월마트는 16일(현지시각) 실적 설명회에서 실적이 개선된 원인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중·고소득층 고객이 증가한 점을 꼽았다. 월마트는 “이들 고객은 특히 식품과 소모품 쪽에서 돈을 아끼기 위해 월마트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을 탄탄한 소비로 단순 치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격의 영향을 배제한 판매량은 여전히 감소 추세인 것으로도 나타났다. 월마트는 2분기 미국 내 식품 매출은 증가했지만 판매량은 다소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아이아르아이(IRI)도 지난달 10일까지 4주간 미국 내 식료품 판매량이 2.5%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월마트는 소비자들이 델리 미트 대신 핫도그나 참치통조림을 사는 등 기존의 소비를 더 저렴한 제품으로 대체하는 경향도 확인된다고 했다.
시장은 향후 유가 움직임 등이 소비 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존 퍼너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여전히 미지수가 많이 남아 있다. 유가는 계속 움직이고 있으며, 소비자의 형태와 구매 패턴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월마트 주가는 전날보다 5.11% 오른 139.37달러에 마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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