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광고를 보게 하는 대신 요금을 깎아주는 새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주요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서비스들이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존 구독자를 지키고 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저가·할인 요금제’도 앞다퉈 내놓고 있다.
29일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넷플릭스는 광고를 보는 대신 월 이용료를 7~9달러(약 9400원~1만2100원) 수준으로 낮춘 ‘저가 광고 요금제’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행 스탠더드 요금제가 월 15.49달러(약 2만9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월 이용료가 절반 수준이다. 영상 시작 전과 중간에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1시간당 4분 정도의 광고를 붙이는 안이 유력하다. 올해 안에 최소 6개 지역에서 저가 광고 요금제를 선보인 뒤 내년에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의 저가 광고 요금제 도입은 구독자 감소 상황을 극복하며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콘텐츠 품질과 이용자 만족도 유지를 위해 광고 없는 서비스를 지향해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구독자 117만명이 이탈하는 등 위기 상황이 감지된 뒤 저가 요금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경쟁사 월트디즈니의 오티티 서비스(디즈니+, ESPN+, 훌루)의 구독자 수가 2억2천만명을 넘어선 상황도 위기 요인 중 하나다. 현재 넷플릭스의 전세계 구독자 수는 2억2천여만명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광고형 저가 요금제를 도입해 벌어들일 수 있는 추가 수익(구독료+광고비)을 연간 85억달러(약 11조 468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서비스 웨이브가 1년 단위 할인요금제를 출시했다. 웨이브 누리집 갈무리
국내 오티티 서비스들도 장기 이용자에게 요금을 깎아주는 새 요금제 등을 내놓으며 구독자 지키기에 나섰다. 웨이브가 지난주 선보인 ‘12개월 이용권’이 대표적이다. 기존 월간 이용권 기준 10개월분 요금(스탠다드 기준 12만5천원)으로 12개월 동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요금제로, 월 단위 결제 요금제에 견줘 17%가량 저렴하다. 티빙도 저가 상품인 베이직 요금제(월 7900원)에 연간 할인 혜택을 적용해 1년 이용권을 5만68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업계에선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할인 이벤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등으로 결제 비용까지 오른 상황에서 구독자까지 이탈하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지난 6월 기준 웨이브 구독자 수는 약 423만명으로 올해 1월보다 69만명 줄었고, 왓챠 구독자 수는 108만명으로 1월보다 11만명 감소했다. 익명을 요청한 오티티 서비스 관계자는 “플랫폼 간 차별화가 어렵다면, 저렴한 이용료로 오랫동안 구독자를 묶어두는 연간 할인권 정책이 주효할 것으로 본다”며 “콘텐츠 서비스만으로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어, 광고 사업뿐 아니라 카드사·플랫폼 간 제휴 사업 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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