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경기도 평택사업장 항공 사진. 삼성전자 제공
경기 평택·용인 반도체 단지의 전력·용수 기반(인프라) 구축에 조 단위의 국비를 지원하려던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 방안이 무산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산업부 장관 이름으로 공식 발표까지 했던 내용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예산 당국과 기초적인 협의를 벌이지 않은 채 지원안을 섣불리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1일 <한겨레> 취재 결과, 내년 예산안에 경기 평택·용인 반도체 공장의 전력·용수 기반 구축용 예산 1조원을 반영해달라는 산업부의 요청은 전면 거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물, 전기를 끌어오는 데 예산 지원을 해달라고 산업부에서 마지막까지 강하게 요구했는데, 전부 없앴다”고 말했다. 산업부 쪽의 예산 지원 요청 규모는 1조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 쪽이 조성 계획을 세워 이미 건설 중인 공장에 예산 지원을 해주는 건 비용을 줄여주는 것 외에 기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앞서 지난 7월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 대한 노동·환경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방안과 함께 대규모 신·증설을 진행 중인 평택·용인 반도체단지의 전력·용수 등 필수 인프라(기반) 구축 비용에 대해 국비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장관 발표 뒤 산업부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과거 반도체단지에 전력, 용수 지원을 제대로 한 적이 없고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특별법에 따라 P1~P3(삼성전자 평택 1~3공장)에 대해 일부 보전해준 것과, 용인 반도체단지 전력시설에 소액 지원을 해준 게 전부였다”며 “우선 투자 계획이 구체화돼 있는 용인, 평택(P4~P6)에 대한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쪽에서 국비 지원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거명한 곳 중 평택 P4~P6은 삼성전자 평택 4·5·6공장을 말한다. 4공장은 기초 공사 단계를 밟고 있으며 5공장과 6공장, 53층 규모의 통합 사무동은 뒤이어 순차 완공될 예정으로 돼있다. 용인 반도체단지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만㎡(약 126만평)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이곳에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4개를 짓기로 했다. 2025년 초 1기 건설 공사를 시작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외 소재·부품·장비 기업 50여개사가 입주하기로 돼 있다.
산업부의 내년 예산안은 10조7437억원으로 올해 본예산(11조1571억원)에 견줘 3.7%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주력 육성 및 고도화를 통한 산업의 대전환 가속화’ 항목 예산은 올해보다 2.4% 줄어든 5조2608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산업부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발맞춰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국정과제, 미래 핵심전략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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