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과 수입의 교역조건을 나타내는 지표가 1년 전에 비해 11%가량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 물가가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떨어진 82.55(2015년=100)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부터 16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최저치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수출물가를 수입물가로 나눈 지표로, 이 지수의 하락은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유가는 전달 대비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나, 이는 계약과 통관 사이의 시차 문제로 7월 지수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8.4% 떨어진 103.16(2015년=100)이었다. 수출물량지수가 올랐으나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결과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에서 가격 하락세가 가파른 정보기술(IT) 제품(반도체 등)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그 영향도 받고 있다”며 “물량까지 반영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물량지수는 3.4% 오르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화학제품 등이 감소했으나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 운송장비 등이 늘었다. 수출물량지수는 전세계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지난 6월 2.5% 떨어진 바 있다. 수입물량지수도 제1차 금속제품 등이 줄어든 반면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 광산품 등이 증가한 영향으로 4.0%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전달 하락한 뒤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수출금액지수는 컴퓨터 전자·광학기기가 감소했으나 석탄·석유제품과 운송장비가 증가하면서 8.1% 올랐다. 수입금액지수는 22.7% 뛰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계·장비 등이 줄어든 반면 광산품과 컴퓨터, 전자·광학기기 등이 증가했다. 이들 금액지수에서 선박과 무기류, 항공기, 예술품 등은 제외된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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