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1350.8원)을 경신한 31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지난 7월 13일 이후 지난 8월 22일까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하락폭이 주요 통화(유로·엔·위안·호주달러 등)에 견줘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은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흐름에 대해 “미 달러화 초강세뿐 아니라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에 기인한다”며 ‘무역수지 악화’라는 국내 경제요인을 지목해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31일 낸 ‘금융·경제 이슈분석’ 자료를 보면 7월 금통위 이후(7월13일~8월22일) 미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유로,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지표)는 보합(+0.1%)인 반면 원-달러 환율은 2.5%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는 유로 -0.1%, 엔화 0.0%, 위안화 -1.75, 호주달러 +2.1%, 전체 신흥국통화지수 +1.0%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 하락폭이 가장 큰 셈이다.
올해들어 7월 ‘빅스텝’ 전까지 달러화지수는 12.5% 상승(달러 가치 강세)했는데 이 기간에 다른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 하락폭은 원화 -9.0%, 유로 -11.3%, 엔화 -16.0%, 위안 -5.3% 등으로 원화 하락폭이 유로·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런데 그후 흐름이 바뀌어, 빅스텝으로 국내 금리를 크게 올렸음에도 원화 하락폭이 다른 통화보다 훨씬 더 커진 셈이다. 우리나라 금리를 올리면 더 많은 달러 자본이 국내로 유입돼 달러 약세(원화가치 상승) 흐름을 보이기 마련인데, 오히려 원화 가치 하락폭은 더 커졌다.
그 까닭으로는 무역수지 적자 지속(월간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꼽힌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의 영향 속에 미 달러화지수가 반등하면서 역외투자자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매입 확대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원화 약세 배경으로 한은이 우리 무역수지 적자를 명백하게 언급하지는 않아왔는데 이번에 무역수지 적자 지속을 그 요인 중 하나로 꼽은 것이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급등세 등에 따라 지난 5월 –16.1억달러→ 6월 –25.8억달러→ 7월 –46.7억달러→ 8월1일~20일 –102.2억달러로 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이창용 총재는 미국 ‘잭슨홀 미팅’(8월26일) 직후 연일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 문제는 아니다. 달러의 글로벌 강세에 따른 영향으로 원화뿐 아니라 다른 통화들도 다 같이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외환시장의 참가자들 사이에는 무역수지 같은 기초 경제지표 악화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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