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주택시장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시점과 속도를 두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전면금지 해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보도 하루 만인 5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검토한 적이 없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집값 하락세가 짙어지자 각종 규제 문턱을 낮추라는 시장 일각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 등 규제 완화의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터라 정부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해제를) 검토하거나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15억원 초과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은 시장상황을 보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도 “시장 상황이 충분히 익지 않았다“며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규제를 완화할 만큼 주택 시장이 ‘안정세’에 들어선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반응은 전날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진 정부의 추가 규제 완화 방침과는 대조된다. 전날 보도를 보면,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은 추석 연휴 직후에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 해제 등을 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한 기재부 고위관계자도 같은 날 <한겨레>에 “정책적 고려에 따라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풀어주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오락가락’ 행보 중인 것은, 향후 각종 주택 시장 규제를 완화해갈 순서와 속도 등 세부 전략이 여전히 ‘공백’ 상태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개혁 차원이라면 15억원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를 추진할 수 있겠지만, 관련 보도에 나온 대로 집값 하락세에 대응하고자 푼다는 것이라면 적절하지가 않다”며 “15억원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 완화 대상은 주로 고소득층으로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대책인데, 그 쪽은 지금 주택시장 위험으로 시급하게 거론되고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금지 완화안엔 ‘선긋기'를 하고 있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제도 조정이 아닌 규제지역 조정을 통해 사실상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변화된 시장 환경을 고려해 안정세가 확고한 지역에 대한 규제지역 추가 해제 등을 포함한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6월 1차 규제지역 해제는 미흡했다고 보고 있다”며 “상황 변동을 지켜본 뒤 필요하다면 연말 이전에도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서울과 세종 전 지역, 그리고 경기와 인천 일부 지역에 적용 중인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고 조정대상지역 규제만 적용될 경우, 엘티브이 규제는 15억원 초과 0%·9억원 초과 20%·9억원 이하 40%에서 9억원 이하 50%·9억원 초과 30%로 완화된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만으로 15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지는 자동으로 해제되는 셈이다.
다만 규제지역 해제 검토는 ‘연말’께로 예고돼 있다. 추석 연휴 이후 열릴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 방안이 먼저 논의된 뒤 발표될 전망이다. 초과이익 환수 부과금 면제 기준을 현재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거나 부과율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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