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대상 주택의 전세금 하락으로 이른바 ‘깡통전세’가 번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지어진지 21∼30년 된 노후 구축 아파트가 ‘깡통전세’ 위험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매시세가 신축보다 낮은 편인데다, 최근의 시장 하강기에 집값이 더욱 떨어지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이 높게 형성됐다. 전세 계약 때는 주택의 전세가율이 80%를 넘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6일 부동산R114가 수도권 아파트 337만684채 시세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말 기준 전세금이 매매가의 80%를 넘는 아파트는 전체의 3.7%(12만6278채)였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크다고 본다. 선순위 대출 등이 끼어 전세금과 대출의 합이 매매시세를 초과하거나,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져 매매가와 전세금 격차가 좁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연식별로는 신축보다 구축 아파트가 전세 사고에 취약했다. 전세가율 80% 이상 아파트의 연식을 10년 단위로 분류한 결과, 입주한 지 21∼30년 된 곳의 비중이 59.6%로 가장 높았다. 11∼20년과 10년 이하는 각각 27.3%, 8.6%였다. 특히 입주 5년 이하 신축 중에서는 0.9%만 전세가율이 80%를 넘었다.
구축의 전세가율이 높은 것은 매매시세가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수도권 입주 5년 이하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11억5836만원으로 10년 초과(8억7151만원)보다 32.9% 비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구축 매매가가 신축보다 낮게 형성된 상황에서, 최근 전세난 동안 전세금은 신·구축을 막론하고 치솟으며 구축의 전세가율이 더욱 높아졌다”고 짚었다.
다만 구축 중에서도 30년 이상 된 노후 단지의 깡통전세 위험(전세가율 80% 이상) 비중은 4.7%로 낮은 편이었다. 재건축 기대감에 매매가가 높게 유지된 반면, 정주여건이 열악해 전세시세는 낮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20만여채의 전세가율은 모두 80% 이하였다.
수도권 지역별로는 인천의 깡통전세 위험 비율이 6.1%로 가장 높았다. 경기와 서울은 각각 5.5%, 0.2%였다. 인천의 경우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도 62.8%로 서울(49.7%)·경기(61.2%)에 비해 높았다.
부동산R114는 “아파트는 빌라, 단독주택 등에 비해 깡통전세 위험이 적지만 전세가율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세입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집값 호황기에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가 최근 빠르게 조정되는 단지들도 전세사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처럼 거래가 극히 드물 때는 (단지별) 실거래가만으로는 현재의 전세가율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지역별) 전세·매매 시세를 확인해 깡통매물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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