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스25가 운영하는 ‘반값 택배’는 추석 연휴를 포함해 365일·24시간 운영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 추석 연휴에는 접수를 받지 않는 점포가 많았다. 지에스25 제공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아무개(38)씨는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9일 중고거래 택배를 부치기 위해 “365일 운영”하는 ‘반값 택배’를 이용하러 편의점에 들렀다가 낭패를 봤다. 편의점 택배 접수 기기는 꺼져 있었고, 아르바이트생이 “연휴 시작 전인 5일에 택배 접수가 이미 마감됐다”며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혹시나 싶어 동네 근처 편의점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택배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며 “차라리 홍보나 하지 말던가, 고객을 헛걸음하게 만드는 편의점 행태에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추석에도 오케이! 연휴에도 반값으로 배송”을 내세웠던 편의점 택배가 실제로는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되지 않고 번거롭기만 한 편의점 택배를 일손이 달리는 연휴기간 동안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며 택배 기기를 아예 꺼두는 편의점주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겨레>가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와 관악구 일대 편의점을 둘러 본 결과, 택배 접수를 받아주는 곳은 5곳 가운데 1곳 꼴에 불과했다. 특히 택배 접수를 받는 곳과 받지 않는 곳이 어디인지 누리집이나 앱에도 공지되지 않아, 소비자는 ‘택배 접수 편의점 찾아 삼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에스(GS)25는 “국내 유일무이한 365일 택배 ‘반값 택배’가 지난해 추석 기간(9월18~22일) 동안 전년(9월30~10월4일)에 견줘 257% 신장했다”며 “올해도 추석연휴를 포함해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된다”고 홍보했다. 반값 택배는 고객이 지에스25 점포에서 발송하면 수령자가 지에스25 점포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로, 값이 일반 택배보다 60% 이상 저렴한 1600~2300원이다. 씨유(CU) 역시 이와 비슷한 ‘끼리택배’를 운영 중인데, 이번 추석의 경우 접수는 상시, 배송은 공휴일인 추석 당일과 일요일 이틀을 제외하고 정상 운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씨유 역시 ‘끼리택배’를 운영하고 있지만, 반값 택배와 마찬가지로 추석 연휴기간 동안 아예 접수 기기를 꺼놓는 점주들이 많았다. 사진은 씨유 제공
하지만 점주들은 “귀찮고 번거롭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 편의점주는 <한겨레>에 “일반 택배와 반값 택배를 같은 기기로 접수하는데, 일반 택배는 5일 접수가 마감돼 아예 기기를 꺼버렸다”며 “반값 택배가 연휴 기간에 바로 수거가 안 될 경우, 보관도 불편하고 분실 위험도 있어 차라리 아예 (접수를) 안 받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는 “하루 5~6건에 불과했던 택배가 추석 연휴 동안 하루 20건씩 몰려 골치”라며 “다른 점주들이 돈도 안 되는데 택배 접수를 왜 받냐고 하던데, 이해가 간다”고 했다.
편의점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도 추석 연휴를 전후해 비슷한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결국 편의점 본사의 홍보와 현장 운영의 불일치 탓에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셈이다.
지에스25 관계자는 “국내 택배가 중단되는 연휴 동안에도 택배 수요가 있는 고객을 위해 운영하는 제도인데, 가맹사업이다 보니 점주들의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며 “택배 기기를 켜 놓는 점포에 대해 추첨해서 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하는 등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일부 점주들이 택배 기기를 아예 꺼두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