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 등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사들이 잇따라 상생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 내비게이션을 이용 중인 운전자.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겪은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이 잇따라 상생안을 발표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100억원대 플랫폼 종사자 상생기금을 조성하고, 티맵모빌리티가 심야시간대 이동형 쉼터를 운영하는 게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플랫폼 규제 완화 기조를 구체화해 사업 확장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모빌리티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티맵모빌리티는 다음 달부터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심야시간대(오후 9시~익일 오전 5시) 이동식 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45인승 대형버스 여러 대를 대리운전 기사를 위한 복합 휴게공간으로 개조해 매일 수도권 지역 2~3곳을 순회하는 방식이다. 이동식 쉼터에는 휴대용 안마기와 텔레비전, 스마트폰 충전기, 간식 등이 구비돼 있다. 티맵은 최근 운행 실적에 따라 대리운전 기사에 추석 명절 선물을 제공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상생안은 티맵모빌리티가 지난 6월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 업체 로지소프트를 인수해 대리운전 업계와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은 “대리운전 시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됐음에도 티맵이 우회적으로 플랫폼 부문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티맵이 내놓은 상생안이 주요 이해 관계자인 대리기사들뿐만 아니라 골목시장 침해 비판 여론을 달래기 위한 해석이 나온다.
최근 매각 논란을 겪은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상생기금 100억을 조성한다. 5년간 조성한 기금으로 사고를 당한 택시·대리운전 기사를 지원하고, 보험 보장이 어려운 후유증이나 질병 등을 겪는 기사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모회사 카카오가 5년간 총 3천억원의 상생기금을 운영해 사회와 함께 성장한다는 지속가능 성장안의 일환이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택시 중개와 대리운전, 꽃배달 서비스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업계에선 모빌리티 상생안을 사업 확장을 위한 여론 달래기 전략으로 본다. 새 정부의 플랫폼 규제 완화 기조를 사업 확장의 기회로 보는 모빌리티 업계에 유일한 장애물이 소비자 반발 여론이라는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비판 여론에 따라 택시 스마트 호출서비스와 꽃배달 중개 서비스 등에서 철수한 상처가 있다. 모빌리티 업체들은 사업 영역이 택시와 대리운전, 공유 자전거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다루는만큼 소비자들의 비판 여론은 사업 존폐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와 대리운전 사업뿐만 아니라 공유이동수단과 자율주행 플랫폼 등 사업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상황에서 비판 여론은 해당 사업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3조원대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에서 플랫폼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 기업인 카카오와 티맵은 슈퍼플랫폼인 메신저와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대중교통, 항공기, 기차, 중형버스, 공유 운송수단(전기자전거·퀵보드 등) 등 모든 이동 수단을 하나로 묶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경쟁하고 있다. 업계에선 “경기 회복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발해질 상황 등에 대비해 이에스지(ESG) 상생 경영 틀을 갖춰야 할 시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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