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기업들의 재고 증가율이 대외변수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 아닌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4일 발표한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재고는 경기 변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줄어들게 마련이지만, 최근 재고 증가 흐름은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 연속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분기 기준으로 장기간 재고지수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7년 이후 4년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가 한국평가데이터에 의뢰해 제조업체 상장기업(1400여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 2분기 제조업 전체 재고자산은 지난해 2분기보다 39.7% 증가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재고자산이 지난해 2분기 61조4770억원에서 올해 2분기 89조1030억원으로, 중소기업은 7조4370억원에서 9조5010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세부 업종별로는 비금속 광물제품(79.7%), 코크스·연탄 및 석유정제품(64.2%),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58.1%), 1차 금속(56.7%) 등의 재고자산 증가율이 높았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계절조정 전년동기 대비)은 18.0%로 분기별 수치로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0%) 이후 26년만에 가장 높았다. 대기업은 22.0%, 중소기업은 7.0% 각각 증가했다.
기업들의 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특수 대응 차원에서 기업들이 공급(생산)을 늘렸고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재를 초과 확보해 생산에 투입한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제품 출하가 늦어진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단기적인 대외 악재들이 곧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수요 기반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제조업 생산지수와 출하지수는 4분기 연속 감소세다. 특히 출하의 감소폭이 생산 감소폭보다 더 커 생산-출하간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판매(출하)가 줄면 제품이 쌓이고(재고), 기업들이 이에 맞춰 생산을 줄여 생산-출하가 비슷한 추세를 보이는데, 최근의 생산-출하 지수 격차는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판매(출하) 부진에도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 못하고 오버슈팅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3분기부터는 생산 감소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외 여건의 악화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고 고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버슈팅했던 생산이 급감할 경우 경기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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