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택시 심야 호출료를 올리는 등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한 4일 오후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손님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수도권에서 밤 10시부터 새벽 3시 사이 택시를 부를 때는 ‘호출료’가 최대 5천원으로 인상된다. 택시를 주기적으로 휴무시키는 택시부제 해제와, 금요일·토요일 심야에만 일하는 ‘아르바이트’ 택시 기사 허용도 추진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심해진 심야 택시난을 해소하기 위한 조처다.
국토교통부는 4일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지난 4월 해제된 뒤 심야시간 택시수요는 4배 급증했지만, 법인 택시 기사는 택배·배달 등 다른 업종으로 대거 이탈하고, 개인 택시 기사는 심야 운행을 기피해 수요-공급 불일치가 생겼다”며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심야시간(밤 10시∼새벽 3시) 호출료 상한을 올려 이달 중순부터 수도권에서 시범 운영한다. 승객은 무료 호출 서비스를 이용해 계속 배차를 시도할 수도 있고, 호출료를 조금씩 올려 제시하며 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현재 택시 호출료는 상한이 3천원인데, 앞으로 카카오티(T)나 우티(UT) 등 중개택시는 최대 4천원으로, 카카오티(T)블루나 마카롱 택시 등 가맹택시는 최대 5천원으로 오른다. 심야 호출료를 낸 경우 중개택시에는 승객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고, 가맹택시는 강제배차 된다. ‘장거리 손님 골라 태우기’를 막기 위한 조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심야 호출료 대부분이 (업체가 아니라) 기사들에게 배분되도록 함으로써 열악한 임금수준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심야 호출료 인상 등을 핵심으로 하는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야 호출료 인상에 서울시에서 자체 추진 중인 기본요금 인상 등이 더해지면 올 연말 서울에서는 심야택시 이용 기본비용이 1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기본요금을 3800원으로 4800원으로 올리고, 심야 할증률을 시간대에 따라 20∼40%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서울시 심야 할증요금 인상 뒤 택시 수급상황을 보고 심야 호출료를 조정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1973년 도입된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택시 부제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해제를 추진한다. 정부는 강원 춘천시에서 지난 4월 부제 해제 뒤 개인택시 심야 운행이 약 30% 늘어난 것에 주목했다. 법인택시 기사 인력난 완화를 위해서는, 택시운전 자격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운휴 중인 택시로 일할 수 있도록 시간제 근로계약 체결도 허용한다.
원 장관은 이날 “이해관계, 기득권 때문에 규제혁신을 못하면 국민의 피해가 가니, 국토부가 책임지고 적극 추진하겠다”며 과거 타다가 시도했던 택시면허 없는 여객운수 사업 활성화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0년 ‘타다금지법’으로 도입돼 플랫폼 운수사업자가 택시업계에 내야 하는 기여금(매출액의 5% 또는 차량 1대당 월 40만원) 규제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심야 출퇴근 서비스’나 ‘기업 맞춤 서비스’ 등 택시와 차별화된 새로운 사업모델이 제시되면 적극 허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타다·우버 모델 활성화 추진의 대전제로 “사회적 대타협”을 제시했다. 택시업계와 협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기여금 완화폭도 제시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타다나 우버가 부활할지는 현실적으로 택시업계와 향후 협의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으로 연말까지 서울에서 심야 시간 택시가 3천대 추가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이전에 견줘 줄어든 서울 심야 택시 규모 5천대에는 못 미치지만, 지금보다는 택시난이 한층 완화될 거란 전망이다. 예스택시의 김기현(64) 전무는 “호출료 인상과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등으로 기사들의 수입이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코로나19 기간 사람을 구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썼다. 기본적으로 야간에 일할 수 있는 젊은 층들이 배달 등 자유로운 직업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기사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갖가지 유인책에도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승객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내년 초까지 배차 성공률 등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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