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은행에 붙어 있는 대출 관련 홍보물. 연합뉴스
정부 산하 36개 공기업 가운데 27곳이 주택담보대출 인정 비율(LTV) 한도 규제를 지키지 않은 채 저금리로 주택자금 약 1억∼2억원을 대출하는 사내대출 제도를 운영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특혜 대출 개선’을 주문했지만 통상 노사합의로 만들어진 복리후생 제도인 까닭에 속도가 나지 않는 모양새다.
36개 공기업이 지난 8월말 정부에 제출한 ‘공공기관 혁신계획안’을 10일 보면, 한국전력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 등 27개 공기업이 엘티브이 미적용 저금리 주택자금 사내 대출을 운영 중이다. 한전은 자체 예산을 통해 주택을 매입할 때 최대 1억원을 연 3% 금리로 대출하고, 임차할 때는 최대 8천만원을 2.5% 금리로 대출해주고 있다. 엘티브의 규제 밖에서 이뤄지는 대출인 탓에, 시중은행에서 엘티브의 규제 한도까지 대출을 받아도 사내 대출로 추가 주택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해 주택구입 때 최대 2억원까지 연 1.67% 금리로 대출해주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자체 예산으로 최대 2억원을 연 1.5% 금리로 빌려준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연 2.9% 금리에 한도 9천만원의 주택자금을, 한국도로공사는 연 1.95% 금리에 7500만원 한도 주택구입 대출 제도를 운영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들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한 ‘사내대출 혁신지침’을 통보한 바 있다. 주택구입자금 사내대출 신청자가 은행에서 대출한 돈이 얼마인지 확인한 뒤 엘티브이 기준에 맞춰 한도 안에서만 대출하거나, 사내대출에 근저당을 설정해 사내대출을 받은 뒤 은행에서 엘티브이 초과 금액을 빌릴 수 없게 하라는 내용이었다. 또 무주택자가 85㎡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만 7천만원 한도로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주고, 금리는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 수준보다 낮추지 말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지침 준수 여부를 파악해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이런 지침을 준수하고 있거나 사내대출 제도가 아예 없는 기관은 대한석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9곳이다.
대부분의 공기업은 혁신계획안에 사내대출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한전은 노사합의를 추진해 올 하반기에,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올 12월까지 협의회 의결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한국광해광업공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 일부기관은 개선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개선 계획을 제출한 기관도 사내대출 제도가 노사 임금·단체협상 결과로 운용되는 경우 새로운 협상을 해야 해 시일이 걸릴 수 있다.
한편, 36개 공기업이 정부에 밝힌 정원 감축 규모는 현원의 1.6%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정원 14만9775명 가운데 2364명에 대한 감축 계획만 제시된 것이라, 기획재정부와 공기업들 간 줄다리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6%는 공공기관들이 정부에 8월 말 제출한 계획상 정원 감축 규모이고, 실제 조정 규모는 추가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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