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정확도가 한국개발연구원(KDI)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평균 오차는 0.88%포인트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의 연평균 오차는 0.95%로 한은보다 더 컸고, 한국개발연구원은 0.81%포인트로 가장 작았다. 성장률 전망을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짜는 한은과 세수 추계 등을 하는 기재부의 전망 정확도가 성장률 전망부서 인력규모가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개발연구원보다 낮은 것이다.
더욱이 분석대상으로 삼은 기관별 성장률 전망치 제시 시점을 보면, 한은과 기재부가 한국개발연구원보다 늦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전년 10∼12월 중에 제시한 전망과 실제 성장률을 비교했고, 한은과 기재부는 전년 12월에서 당해년 1∼2월 사이 나온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을 비교했다. 추정 시점상 정확도가 더 높아야할 한은이 실제는 한국개발연구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세 기관의 성장률 전망 오차는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특히 컸다. 세 기관이 전망했던 2020년 성장률은 2.1∼2.4%다. 그러나 그해 한국 지디피 성장률은 마이너스 0.7%로 집계됐다. 2021년의 경우 세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는 3.0∼3.2%였지만, 실제로는 4.1% 성장했다.
코로나 발생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세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대체로 실제보다 낙관적이었다. 분석대상이 된 12년 동안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은 2010년·2017년·2021년을 제외하고 아홉 차례에 걸쳐 실제 성장률보다 높은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은행은 여덟 차례 더 높은 성장률 전망을 했다. 실제 성장률과 성장률 전망치가 일치했던 경우는 2013년 2.8%(한국은행)뿐이다.
주요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이 엇나가면 가계 소비나 기업 투자 결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정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 기관은 서로 다른 경제성장률 예측 모형을 쓰고 있는데, 모형이 공개되지는 않아 어떤 점이 구체적으로 다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모형도 다르겠지만, 연구원을 비롯해 모든 기관이 모형으로 도출된 숫자를 놓고 여러 전문가와 연구자들의 의견을 추가로 반영해 가감을 거친 뒤 전망치를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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