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또 다시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으며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렸다. 1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잡기 위해 숨가쁘게 금리를 올리는 형국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3.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한은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 7월 이후 석달 만에 다시 빅스텝을 밟았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는 2011년 3월∼201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3%대로 올라섰다. 4·5·7·8월에 이어 이날까지 5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건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경제 전반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빅스텝은 1400원대를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의 확인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직후 단번에 1400원을 넘어선 뒤 가라앉지 않고 있다. 높은 환율은 수입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은의 우려가 컸다.
한은은 이번에 0.25%포인트로 축소된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3주간 양국 금리 역전 폭은 미국 정책금리(3.0~3.25%) 상단 기준으로 0.75%포인트로 벌어져 있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통위원들은 이번 빅스텝 배경에 대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3.50% 안팎에서 최종 도달 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11월24일 열린다. 이 총재는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최종 금리가 3.50%일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그보다 낮게 보는 위원들도 있어 확정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다음달 빅스텝 여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간 이견이 많고 고려할 게 많아서 지금 당장 결정하기는 어렵다”고만 했다. 이날 0.50%포인트 금리 인상은 금통위원 7명 중 5명의 의견 일치로 결정됐다. 신성환·주상영 위원은 소수의견(0.25%포인트 인상)을 제시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0.3원 떨어진 1424.9원으로 마감했다. 1430.0원으로 개장한 환율은 금리 인상 발표 직후 오름세로 전환해 한때 1436.0원까지 올랐다. 이후 하락세를 보인 건 영국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운드가 강세를 띠고 글로벌 달러가 약세로 전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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