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을 생산하는 범롯데가 기업 푸르밀이 사업을 다음달 30일 종료한다고 선언하고, 400명이 넘는 본사·공장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최근 매각 협상이 불발된데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유제품 위주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일괄 정리해고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17일 푸르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사는 이날 400명이 넘는 전 직원에게 사업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정리해고 대상은 본사 일반직과 전주·대구 등 공장 생산직 사원 전부다. 회사 쪽은 정리해고로 인한 위로금이나 향후 부동산, 공장 처분 계획 등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푸르밀은 이메일에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알렸다.
노조 관계자는 “그간 사업 정리에 관한 설이 있었지만, 아무 대책 없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메일을 통해 회사를 정리할 줄 몰랐다”며 “본사는 물론 전주·대구 공장 노조에도 아무런 사전 통보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푸르밀 관계자는 “전 직원을 정리하고 공장을 폐쇄해도 사주인 신씨 일가가 법인은 유지한다는 소문이 떠돈다”며 “그간 적자로 인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아왔는데, 법인을 폐쇄하면 법인세 감면분을 토해내야 한다고 들었다. 직원들에게 사업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고 본인들 잇속만 챙기려는 속셈 아니냐”고 말했다.
유업계에서는 푸르밀의 사업종료에는 최근 적자누적과 매각 시도 무산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푸르밀은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 계속해서 적자가 커지고 있는 상태였다. 또 지난달까지 엘지(LG)생활건강과 인수협상을 했지만 불발됐다. 엘지생건 쪽은 지난 5월 푸르밀 인수 추진 관련 기사가 나오자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한 데 이어 지난달 5일에는 “푸르밀을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푸르밀은 지난 1978년 4월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출발해 2007년 4월 분사한 뒤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분사 당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 100%를 인수했고, 지난해부터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다. 대표제품으로는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초코 우유’ 등이 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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