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최태원 ‘파이낸셜스토리’ 압박에 CEO들 주가 부양 골머리

등록 2022-10-18 18:06수정 2022-10-19 02:46

‘비재무적 기업가치 제고’ 경영 목표 불구
계열사들 자사주 매입·수익성 관리에 집중
“주가로 시이오 평가…단기 부양책 매달려”
최태원 ‘파이낸셜스토리’ 잘될까 뒷말도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7월13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7월13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케이(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주가 부양’ 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부터 ‘파이낸셜스토리 경영’을 주창하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가 관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서다. 파이낸셜스토리는 매출과 이익 등 기존 재무적 성과에 더해 이에스지(ESG) 경영 등 비재무적 성과를 강화해 미래 기업 가치를 더 높이자는 경영 비전이다. 사회·고객·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결국 그 성과가 주가로 반영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올 들어 에스케이 계열사 주가는 다른 그룹 계열사들에 견줘 훨씬 더 부진한 모습이다. 에스케이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은 올 들어 33.3% 감소(18일 종가 기준)했다. 시가총액 감소율은 같은 기간 삼성(-21.7%), 현대차(-17.0%), 엘지(-20.2%·엘지에너지솔루션 제외) 등 다른 그룹들보다 크다. 침체 영향이 크지만 파이낸셜스토리 경영 방식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파이낸셜스토리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계열사별로 짜야 한다.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없으니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은 자사주 매입과 실적 관리 등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에 매달리고 있다. 지주회사 에스케이는 지난 8월 말 시가총액의 1%에 이르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에스케이는 올 초 주총에서 배당금 증액 대신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의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에스케이(SK) 수펙스추구협의회 조대식 의장이 회의에서 주가 부양 대책을 논의한 뒤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케이시(SKC)도 최근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박원철 에스케이시 사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회사가 액션을 취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때 메모리 반도체 생산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발표했다. 가파른 반도체값 하락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주가에 끼칠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와 관련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장비를 1년 동안은 미국의 별도 허가 없이 공급받기로 미국 상무부와 협의가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정부 차원의 문제”라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것과 대조를 보이면서, 주가를 의식한 행동이란 풀이가 나왔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에스케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성과 평가를 앞두고 주가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락장에서 뾰족수가 없으니 전통적인 주가 부양책에 매달릴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투자 유치 성적표도 신통찮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이 분사한 에스케이온은 상장 계획을 미루고 ‘프리아이피오’(Pre-IPO)를 추진했지만 그마저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 애초 국외 대형 투자자를 유치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국내 투자자까지로 문턱을 낮췄다. 자본시장 침체 영향이 크지만, 시장과 투자자들한테 매력적인 성장 전략으로 인정받지 못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스케이의 계열사 최고경영자 성과 평가(KPI)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주가다. 에스케이그룹 관계자는 “주가 흐름과 함께 이를 부양하기 위한 노력이 사실상 성과 평가를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이오들이 비재무적 기업가치를 높이는 성장 전략보다는 단기적인 실적과 주가 부양에 매달리는 상황이 빚어진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올해 유상증자를 했지만 주가는 계속 상승했다. 최태원 회장의 파이내셜스토리는 그렇게 매력적인 기업을 만들자는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고경영자들이 주가에 신경을 쓰다 보니 장기적인 안목을 갖지 못하고 단기 실적에 급급하는 모양새마저 보인다”고 지적했다.

에스케이그룹은 19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에서 열리는 ‘시이오 세미나’에서 파이낸셜스토리의 성과와 계획을 점검한다. 이번 시이오 포럼을 전후해 계열사별 최고경영자들의 성적표도 사실상 결정된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각 계열사의 주가 부진을 강하게 질책하고, 파이낸셜스토리 경영 전략을 재구성할 것을 주문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 한반도 남쪽을 실질적으로 섬으로 만들 포일운하 제안 1.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 한반도 남쪽을 실질적으로 섬으로 만들 포일운하 제안

“윤 대통령 선물세트 팝니다”…중고거래 ‘명절테크’ 성행 2.

“윤 대통령 선물세트 팝니다”…중고거래 ‘명절테크’ 성행

교통비 월 1만8천원 돌려받는다…‘K패스’ 담당 공무원은 무슨 카드 써? 3.

교통비 월 1만8천원 돌려받는다…‘K패스’ 담당 공무원은 무슨 카드 써?

‘천만 관중’ 시대 야구단은 돈방석?…10개 구단 재무제표 뜯어보니 4.

‘천만 관중’ 시대 야구단은 돈방석?…10개 구단 재무제표 뜯어보니

[영상] 4㎝ 턱도 넘는다…중국 로봇청소기의 진화 5.

[영상] 4㎝ 턱도 넘는다…중국 로봇청소기의 진화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