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내 금융사와 공공기관의 해외 채권 발행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또 정부는 이들 기관에 국내 채권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도 하는 등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국내 채권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방위적 조처에 나서는 모양새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내 금융사들과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 채권시장의 수요가 얼어붙어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자, 금융사들의 자금 조달 창구를 해외로 돌리는 것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해외 채권 발행의 경우 환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발행을 자제시켜왔다. 하지만 국내 자금 조달시장이 경색되자 금융사들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대안의 하나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캐피탈은 지난 26일 일본에서 200억엔(1930억원) 규모의 엔화 표시 채권(사무라이 본드)을 0~1%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공공기관들의 해외 채권 발행도 유도하고 나섰다. 주 대상은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우수한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공기업이다. 특히 우량 공사채에 속하는 AAA등급의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들어서만 국내에서 약 20조원의 채권을 발행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논란에 직면한 상태다. 한국전력공사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올해만 두 차례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6월 8억 달러, 이달 8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한 상황이다. 추후 국내 금융사 및 공공기관들은 기획재정부와 해외 채권 발행 확대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외화 건전성 차원에서 공기업과 국책은행 등의 해외 채권 발행을 관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우량 채권의 국내 발행량도 조절하고 나섰다. 특수채, 은행채 등의 발행량을 줄여 우량 채권에 시중 유동성이 쏠리는 현상을 완화해보자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지난 27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채권 발행 일정을 확인하고,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채권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도 지난 26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만난 자리에서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도 채권 발행을 최대한 축소해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공공기관과 기관투자자들에게 필요 없는 채권 발행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채권 발행 축소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공공기관들에게는 은행 대출을 권유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도 살펴볼 방침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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