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연합뉴스
미국이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연방준비제도는 향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당초 예상보다 금리를 더 많이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른 ‘피벗’(Pivot·통화정책 기조 선회)의 가능성을 전면 부인한 셈이다. 한-미 금리 역전차는 다시 최대 1%포인트로 벌어졌다.
미 연준은 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연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로써 연준은 사상 처음으로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올해 들어 총 3.75%포인트를 인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의 물가 지표는 예상보다 더 높았다”며 “광범위한 상품·서비스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향후 정책금리가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ways to go)”는 말만 6번 반복했다. 그는 금리 인상의 속도보다는 높이와 지속 기간이 더 중요하다며 “나는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9월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지난 9월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를 보면, 위원들의 연도별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내년 말 4.50∼4.75%에서 고점을 형성했다.
파월 의장은 달러 강세가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고려할 때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스필오버(다른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미국 내 물가 안정은 전 세계 경제에도 좋은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다음달부터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작아질 가능성은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정책결정문에서 “(향후 금리 인상의 속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통화정책의 누적된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 경제·금융 변화에 영향을 주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다음달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0.75%포인트에 이를 확률보다 0.50%포인트에 그칠 확률이 조금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금리 역전차는 미국 금리 상단 기준으로 1%포인트로 벌어졌다. 한국 기준금리는 현재 연 3.00%다.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날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향후 우리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해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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