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당진항 국제자동차부두에 늘어선 수출 차량들. 연합뉴스
반도체 등 수출 부진으로 경제 회복세가 약해지며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경고가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펴낸 ‘2022년 11월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 악화에 따라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케이디아이는 “서비스업은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며 주요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양호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향후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부쩍 어두워진 평가다. 이 기관은 지난 10월 보고서에서는 “내수가 일부 개선됐으나 수출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었다.
특히 케이디아이가 ‘경기 둔화’를 콕 짚어 언급한 건 2019년 3월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당시 투자·수출 악화로 둔화하던 국내 경기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부진에 빠졌다가 지난해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기 둔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케이디아이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한국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로 전환하고, 제조업이 부진해지면서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다”며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도 단기 자금 시장에서 일시적인 신용 불안이 발생하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10월 수출이 2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고,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여파 등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시장도 꽁꽁 얼어붙는 등 경제 안팎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11월 비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 하락, 10월 소비자 심리 지수 하락,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회복 제약 가능성 등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
케이디아이는 오는 9일 이런 시각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이 기관이 앞서 지난 5월 발표한 한국의 올해와 내년 연간 실질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8%, 2.3%였다. 그러나 불과 반년 만에 경제 상황이 급변하며 올해와 내년 전망치 모두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경제연구원(1.9%),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1.9%) 등은 1%대를 점치고 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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