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으로 직접 만드는 노인 일자리는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라 늘어날까 아니면 줄어들까. 국민의힘은 “관련 예산이 790억원 늘어 일자리 수가 2만9천개 증가한다”고 한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예산 삭감으로 6만1천개가 감소한다”며 ‘패륜 예산’이란 딱지까지 붙였다. 노인 일자리 수와 예산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과 핵심 쟁점을 ‘팩트체크’로 정리했다.
노인 일자리는 취약 노인의 소득과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해 정부(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일자리다. 유형은 크게 공익활동형(공공형), 사회서비스형, 민간형 등 3가지로 분류된다. 공공형은 일하는 시간이 월 30시간으로 짧고, 급여는 월 27만원(내년 기준)으로 낮은 단순노무직 일자리다. 주로 70대 이상 저소득 노인이 정책 대상이 된다. 이와 달리 주로 지역사회 돌봄시설에서 일하는 사회서비스형(월 급여 59만4천원)과 소규모 점포에서 일하거나 배송·운송 등을 하는 민간형(1인당 연간 사업비 267만원)은 직업 경험이 더 풍부하고 연령대가 낮은 ‘베이비부머’ 세대 수요에 맞춰져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이런 3개 유형의 노인 일자리 가운데 공공형은 줄이고, 민간·사회서비스형은 늘릴 예정이다. 공공형은 올해 60만8천개에서 내년 54만7천개로 6만1천개가 줄어든다.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올해 23만7천개에서 내년 27만5천개로 3만8천개가 늘어난다. 3개 유형을 모두 합하면 노인 일자리는 84만5천개에서 82만2천개로 2만3천개 줄어든다.
‘노인 일자리가 2만9천개 늘었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엄밀히 말해 사실과 다르다. 국민의힘은 복지부의 3개 유형 노인일자리 수 증감 규모에 고용노동부의 ‘고령자 고용 장려금’ 사업 대상 일자리수(올해 9천개→내년 6만1천개) 증감 규모까지 더해서 총 2만9천개가 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자 고용 장려금 사업은 고령자를 신규 채용하거나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2년 동안 한시적으로 1인당 월 10만∼3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반면에 노인 일자리 예산은 늘어난다. 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내년도 예산은 1조4478억원으로 올해에서 56억원(0.4%) 는다. 일자리 수는 줄지만, 예산은 증가하는 것으로, 이는 1인당 월 급여가 적은 공공형은 수를 줄이고 월 급여가 더 많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변화를 “일자리 체질 개선”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직업 경험이 풍부하고 건강한 베이비부머 세대 어르신 위주로 빈곤율 개선 효과가 큰 사회서비스·민간형 일자리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그러나 애초 공공형과 민간·사회서비스형은 사업 대상 노인과 기대되는 정책 효과가 다르다는 점에서, 한쪽을 늘리고자 다른 한쪽을 줄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연구 결과를 보면, 노인 일자리 참여 노인은 비참여 노인에 견줘 병의원 이용 횟수, 우울 의심 비율, 자아 존중감, 삶의 만족도 등 분야에서 상황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일자리의 질을 평가할 때, 월 참여시간과 급여로 단순 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재부는 지난 8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이후 노인 일자리 예산과 관련해서 기존 입장을 바꾼 적이 없었다. 적잖은 비판이 계속 이어졌지만, 이번 예산안은 “노인 일자리 사업 체질 개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국회가 예산 심사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은 지난 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회 심사 과정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법인세 인하 등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야당에 협상 ‘카드’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여야는 이달 말까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세법 개정안들을 한꺼번에 심사 완료해야 하는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고자 하는 예산·세법의 우선순위를 각각 세우고 수면 위아래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의 구체적인 규모는 국회 여야 심의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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