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화장품 매장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화장품을 사러 매장에 들른 당신, 상품을 고르며 들은 음악의 가치는 얼마일까?’
법원이 국내 화장품 매장에서 트는 음악에 대해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그 액수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이니스프리와 에뛰드가 한음저협에 각각 588만원과 371만원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한 데 대해 “액수가 지나치게 적게 산정됐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9일 밝혔다.
지난달 21일 나온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두 업체가 돈을 내지 않고 매장에서 무단으로 음악을 사용하면서 공연권이 침해됐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부당이득금을 산정하면서 월 2천원~1만원까지 총 6등급으로 매겨지는 커피전문점 징수 규정을 적용했다. 이 등급별 금액을 모두 더해 나눈 평균값인 5750원으로 월평균 사용료를 매긴 뒤, 화장품 매장은 고객 체류 시간이 짧고 매장에 머무는 공간이 협소하므로 85%를 감액해 최종 액수를 산정했다. 이렇게 계산한 값은 매장당 월 862원이다.
한음저협은 이런 판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한음저협 쪽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언뜻 보면 한음저협이 승소한 것 같지만, 매장 한 곳당 반환 금액이 월 862원에 불과한 것은 음악의 가치를 폄훼하고 음악인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라며 항소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 8월 한음저협이 편의점 씨유(CU) 운영사 비지에프(BGF)리테일을 상대로 낸 공연권 침해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비지에프 리테일의 공연권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월 237원의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한음저협은 “껌값보다 못한 음악 사용료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소했다.
추가열 한음저협 회장은 “지난 씨유 편의점에 이어 소규모 가맹사업자가 아닌 대기업 가맹 본사를 낸 공연권 침해 소송에서 한결같이 음악인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음악 문화를 이끌어가는 창작자들의 노력을 세계 평균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평가절하한 이번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연사용료 납부 대상 업체가 커피숍·맥주 전문점 등에 한정돼 있는데, 향후에는 음악을 사용하는 모든 영업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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