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외국서 코인 발행해 사주가 이익 꿀꺽…수조원 역외탈세 조사

등록 2022-11-23 16:17수정 2022-11-23 16:22

국외 정상거래 가장해 탈세 혐의 53명 대상
국내 상장사 12곳, 글로벌 거대기업도 포함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국세청 본부에서 역외 탈세 세무조사 착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국세청 본부에서 역외 탈세 세무조사 착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내 비상장기업인 ‘ㄱ’사는 외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가상자산(암호화폐) 수백억원어치를 발행했다. ㄱ사 개발팀이 주도적으로 만든 이 가상자산 일부는 ㄱ사의 지배주주가 다른 사람 명의 계정으로 빼돌린 뒤 거래소에서 매각해 수백억원대 이익을 얻었다. ㄱ사가 가상자산 매각 이익을 국외 페이퍼컴퍼니와 지배주주에게 넘겨준 셈이다. 이로 인해 ㄱ사의 이익에 부과해야 할 세금도 외국으로 함께 새어나갔다.

국세청은 이처럼 국외 자금 거래를 통한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53명을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탈세 혐의액만 수조원대로,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사 12곳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혐의 유형별로는 국내 법인의 외화 자금 유출 및 사적 이용 24명, 무형자산 부당 이전 16명, 다국적 기업의 편법 이익 반출 13명 등이다. 국세청은 이날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기업명과 대상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ㄱ’사의 국외 가상자산 발행을 통한 탈세 혐의 사례. 국세청 제공
‘ㄱ’사의 국외 가상자산 발행을 통한 탈세 혐의 사례. 국세청 제공

이들은 주로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이나 승계 등을 위해 탈세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인 ‘ㄴ’사는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며 이 회사 지배주주가 차명으로 보유한 외국 현지 법인 지분 49%를 인수했다. 이 지분 인수액은 현지 법인의 배당을 통해 지배주주에게 지급됐다. 이 지배주주는 자신이 차명 소유한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ㄴ사와 현지 법인 간 수출을 중계하는 회사로 끼워 넣어 중간 차액까지 챙겼다.

‘ㄷ’사는 해외 자회사에 원천 기술을 공짜로 넘긴 뒤, 이 자회사 지분을 국외에 신설한 페이퍼컴퍼니에 출자했다. 페이퍼컴퍼니 지분은 다시 지배주주 2세가 최대주주인 국내 법인에 저렴하게 넘겼다. 2세가 국내 법인→페이퍼컴퍼니→해외 알짜 자회사라는 지배 구조를 만들어 편법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은 셈이다.

‘ㄷ’사의 편법 경영권 승계 사례. 국세청 제공
‘ㄷ’사의 편법 경영권 승계 사례. 국세청 제공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하는 세계 매출액 순위 30위권 이내 초거대 글로벌 기업도 역외 탈세 혐의를 받게 됐다. 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ㄹ’사의 한국 자회사는 코로나19 특수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의료 제품 수요가 급증하자 이 제품을 국내에선 비싸게, 해외 관계사에겐 싸게 판매했다. 국외 판매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해 ㄹ사의 이익이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또 ㄹ사는 국내에서 얻은 이익을 해외 모회사에 배당하면서, 한국 국세청이 국가 간 조세 조약에 따라 과세할 수 있는 국외 배당 소득 세율이 10%포인트나 낮은 국가로 배당금 수천억원을 임의로 몰아줘 국내에 세금을 덜 냈다.

국세청은 앞서 지난 2019∼2021년에도 역외 탈세 조사를 통해 세금 1조6559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해외 거래처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지배주주가 가로채 카지노 원정 도박에 사용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내 자금을 국외로 이전하거나 국내에 들어와야 할 소득을 현지로 빼돌리는 역외 탈세는 국부 유출을 초래하고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어려운 경제 여건에 부담을 주는 지능적 역외 탈세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