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케이디아이 제공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인구 고령화, 복지 확대 등으로 인한 한국의 가파른 국가 채무 비율 증가 속도를 늦추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소득세·부가가치세 증세 등이 필요하다는 정책 권고를 내놨다.
김학수 케이디아이 선임연구위원은 24일 펴낸 ‘코로나19 이후 재정 여력 확충을 위한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로 오는 2060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144.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 개편, 재량 지출 통제,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할 경우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87%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지난해 시행한 연구에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중앙·지방정부 재정 기준)은 2020년 43.8%(실제 43.6%)에서 오는 2060년 144.8%로 올라갈 것으로 추산했다. 2029년부터 국내 인구가 감소하는 등 인구 변화와 성장 추세, 정부 재정의 재량적 씀씀이 등이 유지된다는 전제에서다.
그는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를 늦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편하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기존 전망치 대비 28.2%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교부금은 중앙정부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를 초·중·고 교육을 위해 시·도 교육청에 이전하는 재원이다. 내국세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이 자동으로 불어나는 구조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교육교부금을 매년 경상 성장률(물가 변동을 반영한 경제 성장률)만큼 올리되, 전체 인구 대비 6∼17살 초·중·고 학령인구 비율이 올라가면 교부금을 더 늘리고, 반대로 이 비율이 낮아지면 교부금을 줄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정부도 교육교부금 중 교육세 3조원과 일반회계 2천억원, 기존 대학 지원 예산 8조원을 합친 11조2천억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를 신설해 내년 대학 지원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치원과 초·중·고등교육에 쓰는 예산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는 셈인데, 초·중·고 관련 교육계는 반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또 김 선임연구위원은 개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실효세율(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을 지금보다 1%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권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노년 부양비(15∼64살 생산가능인구 대비 65살 이상 고령인구 비율)가 15%에서 20%로 올라갈 때 소득세와 부가세(소비세) 세수 비중을 끌어올려 복지 재원을 조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16.1%포인트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상 성장률 대비 정부의 재량지출(정부·의회가 재량권을 가지고 편성하는 예산) 비율을 2031년 11.8%(전망치)에서 2060년 11.1%까지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각각 10.1%포인트, 2.7%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의 추계는 2021년부터 교육교부금 개편 및 증세 시행 등을 전제로 한 까닭에, 오차 가능성이 크지만 별도의 보완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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