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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은 “경기 둔화 예상보다 커질 것”…통화정책 기조 바뀌나

등록 2022-11-24 17:14수정 2022-11-24 22:48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7%에 그치는 동시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둔화는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지만,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내년에 계속될 전망인 탓이다. 한은으로서는 물가와 성장 간 딜레마에 더해 최근 대두된 국내 금융불안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국면인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으로는 통화정책에 있어) 유연성을 더 많이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3.25%로…“최종 3.50% 유력”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3.25%로 인상했다. 이로써 올해 기준금리 인상 폭은 총 2.25%포인트에 이른다. 한국 기준금리가 3.25%로 올라온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추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이 배제된 데에는 최근 1300원대로 내려온 원-달러 환율과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흔들리고 있는 금융시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원들은 의결문에서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고려할 때 (인상 폭은) 0.25%포인트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종 기준금리 고점이 3.50%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전망대로라면 앞으로 남은 금리 인상은 한 번뿐인 셈이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들 간 의견이 굉장히 많이 나뉜다”고도 말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전망치는 3.50%(3명)를 중심으로 3.25%(1명)부터 3.50∼3.75%(2명)까지 넓게 분포해 있다고 설명했다.

■ 성장은 비관적, 물가는 낙관적으로 전망

실제로 한은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이 조만간 종료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은이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상당 폭 낮춘 탓이다. 한은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7% 성장할 것으로 이날 내다봤다. 지난 8월에 발표한 전망치 2.1%보다 많이 낮다. 하향 조정은 대부분 대외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 한은은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3%로, 유럽은 0.9%에서 -0.2%로 크게 낮췄다. 중국은 4.7%에서 4.5%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의도적으로 다소 비관적인 경제성장 전망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전망치는 지난달 이후 전망을 재조정한 국제통화기금(IMF·2.0%)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에 견줘서도 낮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해외 경제가 우리 생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보수적 전망하에서 정책을 하고 싶어서 좀 더 보수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내년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되 기존 전망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봤다. 이날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7%에서 3.6%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3.9%)나 국제통화기금(3.8%)이 내놓은 전망치에 비해 낮다. 한은이 경기 둔화로 인한 물가 하방 압력에 더 큰 무게를 둔 결과로 풀이된다.

전기요금 등은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인상(17.9%)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과 달리 물가의 경우에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으로 기운 셈이다. 김웅 조사국장은 “전기요금 등은 여러 불확실성이 많아서 단정하기 어려워 일단 올해 수준의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제했다”고 말했다.

시장도 이번 금통위를 피벗(Pivot·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예고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금리 인상의) 종착지가 다가오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 “불확실성 커” 내년 금통위 이견 확대될 듯

다만 최종 금리의 도달 시점이나 유지 기간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물가와 실물경제, 금융시장 모두 불안에 빠지면서 한은이 고려할 요인이 한층 더 복잡다단해진 탓이다. 이런 분위기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도 읽힌다. 금통위원들은 의결문에서 경제 성장세 약화와 물가의 높은 오름세, 단기금융시장의 위축 등 여러 문제를 골고루 언급했다. 특히 전기·가스 요금 인상 폭의 불확실성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거래 위축 등 구체적인 위험 요인들을 비중 있게 거론했다.

물가 전망도 점차 안갯속에 휩싸이고 있다. 일단 올해 11∼12월에는 기저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나, 내년에는 전기·가스 요금과 국제유가, 환율 등의 움직임에 따라 상당 기간 5%대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대외 변동성 요인, 국내 요인도 굉장히 많은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연성을 더 많이 가지고 결정해야 된다는 면에서 (금통위원들의) 토의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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