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3분기 이자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30%가량 감소했다. 그만큼 이자 지급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3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시이오(CEO)스코어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268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의 3분기 이자비용은 총 6조154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4조3321억원) 보다 42.1% 증가했다.
분기별 추이를 보면, 지난해에는 4조원대 초반 수준을 나타냈으나, 올해 들어서는 1분기 4조5530억원에서 2분기 5조1149억원으로 는데 이어 3분기에는 6조원대로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늘고 금리는 가파르게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사 대상 기업 열 중 아홉 곳(88.1%)에서 이자 부담액이 커졌다. 이자비용이 가장 큰 곳은 한국전력공사(한전·7223억원)였다. 이어 한국가스공사(2399억원)·삼성전자(2165억원)·포스코홀딩스(1716억원)·현대자동차(1489억원)·에스케이(SK)하이닉스(1487억원) 순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이자비용 증가액이 가장 큰 곳도 한전(2312억원)이었다. 포스코홀딩스(831억원)·에스케이하이닉스(827억원)·가스공사(813억원)·삼성전자(795억원)·현대차(708억원)·한화(51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총 34조73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조4421억원)보다 29.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자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5.6배로 전년 동기(11.4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20%가량에 이른다는 얘기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자비용>영업이익)인 기업도 지난해 3분기 35곳에서 올해 3분기에는 40곳으로 5곳 늘었다. 지난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었던 현대중공업·한진·한화시스템·에스케이시(SKC)·대한전선·태영건설·롯데하이마트·현대리바트 등이 올해 3분기에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넥센타이어·가스공사·금호타이어·에이치제이(HJ)중공업·케이씨씨(KCC)건설·한화에너지 등은 작년 3분기에 이어 올해 3분기에도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지 못했다.
이자비용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해 이자 지급능력이 개선된 기업은 77곳으로 집계됐다.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이자비용이 97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8946억원(흑자전환) 증가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16.2배로 크게 올랐다. 이밖에 삼성물산(6.8배→13.8배), 현대오일뱅크(5.7배→8.8배), 지에스(GS)칼텍스(10.6배→13.7배) 등도 이자보상배율이 개선됐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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