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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독일 금속노조 ‘전환네트워크’…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은?

등록 2022-12-05 07:50수정 2022-12-05 14:28

한독경상학회·독일 에버트재단 주최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심포지엄

독일 금속노조 주도…정치적 영향력 행사
2020년 연방정부 10억유로 ‘전환펀드’ 조성
지난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독경상학회(KDGW)와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FES) 공동주최로 ‘기후위기 시대,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한국과 독일의 경험’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독일과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시사점을 얻기 위해 마련됐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독경상학회(KDGW)와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FES) 공동주최로 ‘기후위기 시대,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한국과 독일의 경험’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독일과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시사점을 얻기 위해 마련됐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산업구조의 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특히 화석연료로 한 세기를 풍미한 자동차 산업의 전환이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와 전기차 생산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고용구조 변화를 포함한 노동 전환을 초래한다.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원·하청구조와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파급력을 고려할 때 미온적인 대응은 자칫 사회적 충돌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 전환에 취약한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충격을 완화할 이해관계자 협의와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산업전환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전환에 대응한 정책 과제 등을 짚어보는 국제심포지엄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한독경상학회(KDGW)와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FES)이 ‘기후위기 시대,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 한국과 독일의 경험’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이 심포지엄은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 전략과 전환에 대한 독일의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고 한국 자동차 산업에 필요한 교훈과 시사점을 얻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전반적으로 독일도 산업 전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듯했다. 다만 변화에 대응하고 참여하는 수준은 한국사회와 적잖은 차이를 보였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전환과 금속노조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한 독일 금속노조 니더작센 지역본부의 프레데릭 스파이델 박사는 “자동차산업은 역사상 가장 큰 전환을 경험하고 있으며, 모든 기업의 기술, 제품, 비즈니스 모델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런 큰 흐름은 무엇으로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자동차산업이 기후위기와 기술발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진출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 흐름이며, 한국도 유사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다. 안나 그림 프라우엔호프연구소 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유럽연합(EU) 차원의 정치적 규제와 모빌리티 전반의 디지털화, 글로벌 변수를 독일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3대 요인으로 꼽았다. 연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엄격히 규제해온 유럽연합은 2035년 이후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했고, 독일은 기후보호법에 교통부문의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내연기관차의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제조사들은 책임의 일부를 1차 공급업체에 전가하는 사례가 나타났고 일자리 감축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전환기 현대차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지만 전환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서 노사 간 견해차가 크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모습. 현대차 제공
산업전환기 현대차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지만 전환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서 노사 간 견해차가 크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모습. 현대차 제공

독일 금속노조 “연방정부와 새로운 협력”

이 과정에서 독일 금속노조의 주도적 대응은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주목할 부분은 산업전환이라는 변화에 참여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리츠 니하우스 독일 금속노조 노동의 미래국 국장은 ‘디지털화, 전환과 지속가능성: 독일산업의 도전과제와 금속노조의 대응’ 주제 발표에서 “디지털 적용과 실현을 위해 모델프로젝트를 가동중이며, 산업전환 과정에선 금속노조가 주도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데릭 스파이델 박사는 “산업구조 변화 속 공급업체에 자본 제공을 목표로 하는 재정적 도구를 개발해 연방정부와 새로운 협력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전환펀드’ 조성이다. 2020년 10월 연방정부가 10억유로로 만든 자동차 미래펀드다. 금속노조는 독일 전역에 25개의 ‘지역 전환네트워크’를 설립하고 연방정부로부터 이 펀드에서 2억유로 규모의 재정적 지원을 끌어냈다. 스파이델 박사는 “전환네트워크에는 기업과 지자체를 비롯한 많은 주체가 참여하고, 전환에 따른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설정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1억유로 규모의 ‘계속교육연합’에도 참여하고 있다. 앞서 독일 금속노조는 2010년 연방정부의 자문위원회인 ‘E-모빌리티 국가플랫폼’ 설립에 참여했고, E-모빌리티의 고용 효과에 대한 여러 연구를 촉진시키거나 연구자금을 조달했다.

사회적 이슈가 강한 연방정부 정책에 금속노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노조는 시민사회조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독일 금속노조는 사회적·생태적 개입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1972년 독일 금속노조는 오버하우젠 회의에서 ‘삶의 질’을 제시했고, 1990년에는 자동차, 환경 및 교통-너무 늦기 전에 방향 전환’이라는 강령적 글을 발표했다. ‘디젤게이트’가 터진 직후인 2016년에는 ‘새로운 배기가스 표준을 기회로 사용’이라는 문건을 발표했다. 모리츠 니하우스 국장은 “산업전환으로 특정부문의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기도 한다. 독일도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지만 빨리 대응하고 준비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 5만명, 환경단체 ‘베를린 시위’ 참가

무엇보다 독일 금속노조는 생태적이고 안전한 생활조건의 토대 없는 산업전환은 무의미하고 보고 있다. 니하우스 국장은 “독일 금속노조는 이런 기조 아래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무제한적으로 지지하고 2019년 환경단체들과 함께 조합원 5만명이 공정한 산업전환을 요구하는 베를린 시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에 견주면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무엇을 ‘정의로운 전환’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이해당사자 간 문제의식과 접근법에 격차가 크다. 이성희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산업전환 과정에서 기업지원 일변도와 노조배제, 일자리 악화, 전환비용 전가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국장은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금속노조의 전략과 정책’ 주제 발표에서 “산업전환을 기업의 사업재편, 사업전환이라는 인식, 고용과 연계되지 않는 기업 지원, 노동을 배제하는 정책 흐름 등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이 크다”고 했다. 이 국장은 “예컨대 수소예산의 투입방향을 정하는 컨트롤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에 수소경제로 가장 크게 이득을 보는 대기업 회장이 포함돼 있고, 자율주행기술 개발혁신사업단 단장에 대기업 임원이 선정됐다”며,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도 제기했다.

한국은 기업일변도 지원·노조배제 불신

아무래도 국내 관심은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에 쏠린다. 현대차는 2021년 ‘탄소중립 백서’를 발표했다. 애초 계획보다 5년 앞당겨 2035년 유럽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2040년까지 주요시장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문호 워크인 조직혁신연구소장은 ‘현대차의 전환과정과 정의로운 전환: 도전과 과제’ 주제 발표에서 “고용보장에 대한 현대차 노사의 관점 차이 크다”고 짚었다. 이 소장은 “회사는 재직자 고용보장에 초점을 두고 퇴직과 전환배치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노조는 총고용 보장에 초점을 맞춘다”며 “회사는 단기적으로 필요한 인원은 촉탁직을 활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전환기를 맞아 현대차 노사도 소통체계를 구축했다. 2020년 노사는 산업전환과 관련해 발생하는 생산과 고용의 문제를 공동으로 논의·해결하고자 ‘미래변화 대응 TF’를 구성했고, 올해 임단협에선 글로벌 자동차산업 환경과 리스크 요인의 대응을 위한 노사협의체를 구성한다는데 합의했다. 이 소장은 “산업전환은 탈산업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재산업화라는 비전 공유를 통해 미래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재교육을 통해 직무이동의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 금속노조 조합원 5만여명이 참여해 ‘공정한 전환’을 요구한 2019년 베를린 시위. 독일 금속노조 제공
독일 금속노조 조합원 5만여명이 참여해 ‘공정한 전환’을 요구한 2019년 베를린 시위. 독일 금속노조 제공

올해 1~10월 국산 전기차의 내수판매는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80% 증가한 수치다. 앞서 시장분석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NEF)는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1천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660만대)보다 60%나 많은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036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차 판매를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파는 만만찮다. 현재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수는 1만여개인데, 전기차 생산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 수는 2800여개(28%)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자동차 부품산업의 친환경차 대응실태와 정책과제’ 발표에서 한국노총 부품사업장 실태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부품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짚었다. 수직적·위계적인 원·하청 관계로 부품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환기 미래차 대응 여력도 미비하다는 것이다. 특히 비합리적인 방식의 납품단가 결정 등으로 인해 부품생산 노동자의 고용불안정과 임금 및 근로조건은 더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황 부원장은 “현재 산업전환기에 대한 대응은 개별 부품사들에게 맡겨진 상태”라며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산업적 차원에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에는 지난 9월 기준으로 1만여개 업체에 23만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구조 변화, 대응·방향은

정부는 지난해 7월 산업전환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지역, 노동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산업전환기 노사정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적극적 참여와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내기에는 미흡하다는게 학계와 노동계의 진단이다. 이상호 한국폴리텍2대학 학장은 “노동전환을 위한 정책은 기존 직업교육훈련제도의 일부 사업을 변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노동전환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고용정책 과제를 일자리 소멸, 일자리 이동, 일자리 창출이라는 세 가지 유형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주목할 대목은 노동자들 역시 자동차 산업의 탈내연기관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공감하고 기후위기에 따른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성희 국장은 “그동안 노조의 기후위기 인식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사정 협의틀 구성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스파이델 박사는 “독일 금속노조는 무엇보다 이(E)-모빌리티로의 전환에 앞장서고 있으며, 특히 이 과정에 인프라 투자, 지역의 구조정책, 적극적 산업정책, 교육정책, 기업의 미래콘셉트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노조의 기존 접근방식으로 충분한지, 틀을 깨는(out of the box) 사고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고민중”이라고 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독의원친선협회(회장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와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연구회(회장 김성환·간사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주관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 후원으로 열렸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어젠다센터장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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