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스25는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손잡고 결혼 상담 연결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에스25 제공
때로는 은행·주민센터, 때로는 금은방·사진관, 때로는 대여점, 때로는 와인·위스키숍, 이제는 결혼상담소까지?
‘21세기형 만물상’으로 불리는 편의점의 변화상이 빠르고 다채롭다. 단순히 밤늦은 시간에도 ‘삼각김밥’을 사 먹을 수 있는 ‘24시간 슈퍼’ 역할을 하던 것은 이제 먼 과거가 됐다. 각종 소비자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편의점 지에스(GS)25는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손잡고 결혼 상담 연결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5일 밝혔다. 지에스25는 상담신청이 가능한 큐아르(QR)코드가 담긴 홍보물을 매장 계산대 주변에 부착한다.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편의점 매장에 비치된 홍보물의 큐아르 코드를 스캔해 상담 신청을 할 수 있고, 이후 가연 매니저와 상담을 통해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내년 12월4일까지 지에스25를 통해 상담신청을 하고 가입하면, 가입비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이태영 지에스리테일 서비스기획팀 엠디는 “갈수록 줄어드는 결혼 건수가 결국 인구 감소로 이어지며 국가적 문제가 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이번 협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돼 이성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인생의 반쪽을 찾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씨유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에스원과 손잡고 전국 매장에 자동심장충격기를 비치하기로 했다. 씨유 제공
편의점의 생활 서비스 확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지에스25는 골드바를 살 수 있는 금 자판기도 설치했다. 지난 9월 말, 일부 매장에 순금 5종을 판매하는 금 자판기를 설치해 시험 운영 중이다. 이마트24는 인스포토와 손잡고 편의점과 디지털 사진관을 결합한 즉석사진 전문 숍인숍 매장 ‘잠실올스타점’을 열었다. 셀프 포토 촬영과 인쇄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편의점 씨유(CU)는 단순한 에이티엠(ATM)기기 설치를 넘어 다양한 금융업무가 가능한 특화매장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하나은행과 함께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점포를 연 것이다. 뒤따라 지에스25는 신한은행과, 이마트24는 케이비(KB)국민은행과, 세븐일레븐은 디지비(DGB)대구은행과 손잡고 ‘금융 특화 전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마트24는 국민은행과 손잡고 금융업무를 볼 수 있는 특화매장을 운영한다. 이마트24 제공
반값 택배, 공과금 수납, 꽃배달, 수산물 구매, 각종 기기 대여 등 편의점이 수행하고 있는 실생활 밀착 서비스는 이미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실종아동찾기를 비롯해 아동학대 감시·여성 보호활동, 공병 수거 등 각종 사회공헌 서비스도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전국 5만여개에 달하는 편의점 숫자가 이런 대민 서비스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심폐소생술을 돕는 자동심장충격기를 비치하는 편의점도 크게 늘었다. 씨유는 지난달 20일 에스원과 손잡고 전국 점포에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구조 인력의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골든타임(4분) 내에 이 기기를 사용하면 생존율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씨유 쪽의 설명이다.
지에스25는 일부 매장에 골드바를 구매할 수 있는 금 자판기를 설치했다. 지에스25 제공
업계 관계자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는 대부분 10~30대의 젊은층이 이용하는데, 이는 편의점의 주 고객층이라 할 수 있다. 편의점에 방문하는 횟수를 늘리면 그만큼 상품 판매량도 늘 수밖에 없기에 다양한 고객 유인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점주나 알바생 사이에서는 매출에 도움은 되지 않고 업무량만 과중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한겨레>에 “공병 수거나 택배 대리 수령 서비스만 해도 고객과 승강이를 벌이는 경우가 꽤 많다”며 “예전엔 편의점을 ‘꿀알바’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엔 업무가 많다 보니 특히 야간 알바생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호소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