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스 코틀리코프 미국 보스턴대 교수가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페어몬트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정부가 연금 개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연금 및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정년 연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정책 권고가 제기됐다.
재정학자인 로런스 코틀리코프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페어몬트호텔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미래 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넘기지 않고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연금개혁과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재정의 역할’ 국제 콘퍼런스 발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의 국민연금 조기 수급 개시 연령을 67살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정년 연장과 함께 고숙련 인력의 이민 확대, 출산율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57살에서 오는 2033년까지 60살로 높아지는 국민연금의 조기 지급 개시 연령을 더 상향 조정해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고, 급격한 고령화 및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대비해 어르신들의 경제 활동 참여를 최대한 늘려 미래 세대의 노년 부양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부 차관을 지낸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이날 회의에서 “국민연금은 40여년 뒤인 오는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추정돼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연금 개시 연령을 67살이나 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매년 공적연금 지급액 조정 시 적용하는) 소비자 물가 지수도 원자재 가격 변화 등을 반영해 실제보다 과대 평가되는 만큼 이보다 낮은 물가 지수를 사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코틀리코프 교수는 “현 세대에게 세금을 덜 걷으면 결국 나중 세대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며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의식을 갖고 모든 세대가 공평하게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미래 예상 수입과 지출을 현재의 재정 지표에도 적용하고, 세대 간 재정 부담을 반영한 별도 회계를 마련해 미래 세대의 세금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의 재정 지출 확대를 염두에 두고 현재 재정을 보다 보수적으로 운영하자는 이야기다.
현재의 경제 상황 진단과 향후 전망을 두고는 주류 경제학계와 결이 다른 견해를 보였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지금의 고물가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의한 공급망 병목으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세계가 여기에 적응 중이며 에너지·식량 가격이 안정화되는 추세여서 고물가도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람들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으라고 하지만, 이보다 가격 결정권을 가진 미국 사업체 3500만개에 가격을 조금만 올리라고 하는 게 물가 안정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재정 정책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할지 묻자, 물가가 곧 안정될 것이며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도 의미 없는 정책이라는 시각을 내비친 셈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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