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삼성생명이 5억815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최근 2년 주가 하락폭이 코스피 하락률보다 10%포인트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년간 ‘국내 가장 안전한 최우량주 투자’라는 논리를 앞세워 이른바 ‘삼성생명 특혜법’ 개정안을 반대해온 삼성 입장이 궁색해지는 지점이다.
최근 국회에 상정돼 삼성 관련 이슈로 재차 부상한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보유 주식·채권 가치평가 기준을 ‘취득 당시 원가’가 아니라 ‘현재 시가’로 바꾸는 것이다.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험계약자들이 낸 보험료 등을 활용해 1980년부터 취득·보유 중인 삼성전자 보통주의 8.51%(5억815만주·지난 5일 기준 시가 평가액 30조6414억원) 가운데 약 21조2천억원어치 지분(지난 3분기 기준 총자산 314조원의 3%를 초과하는 몫)을 팔아야 한다. 취득 당시 삼성전자 주식은 1주당 1072원대로 총 취득원가는 5447억원가량이다.
이 법안이 발의된 2014년부터 삼성생명은 줄곧 “가장 안전하고 수익률 높은 최우량주에 투자한 덕분에 1980~90년대 유배당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들에게 더 큰 배당이익(자산운용 총이익의 약 30%로 추정)이 돌아가게 됐다. 강제 처분하지 않도록 기존의 취득원가 평가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계약자에도 주주에게도 좋다”는 법 개정 반대 논리를 펴왔다. 금융당국과 일부 국회의원들도 이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법안 통과는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데 삼성 쪽 논리는 지난 1~2년 새 삼성전자 주가 변동성이 대폭 커지면서 취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배당이익 극대화 관점에서 볼 때 보험계약자 처지에서도 삼성 쪽을 두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6일 지난 1~2년 삼성전자 주가 하락폭을 코스피 하락폭과 견줘보니, 삼성전자가 5~10%포인트 더 컸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6만300원으로, 52주 고가(8만800원·2021년 12월24일) 대비 -25.37%를 기록했다. 반면 코스피는 5일 종가가 2419.32로, 52주 고가(3043.83·2021년 12월13일) 대비 수익률이 -20.52%로, 삼성전자가 더 많이 떨어졌다.
지난 2년간으로 기간을 넓히면, 지난 5일 삼성전자 주가는 최고점인 9만6800원(2021년 1월11일) 대비 -37.71%, 코스피는 최고점인 3316.08(2021년 6월25일) 대비 -27.04%를 기록해 삼성전자 주가가 10%포인트가량 더 하락했다. 지난 9월30일 기록한 최근 2년간 삼성전자 최저치(5만1800원)는 고점 대비 -46.5%에 이른다. 같은 날 기록한 코스피 2년간 최저치(2134.77)의 고점 대비 변동폭은 -35.6%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수십년 이상 보유한 삼성전자의 투자 수익율을 최근 2년간의 주가하락 지표로 따지는 건 곤란하다”며,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난 10년간 수익율은 누적으로 95%(코스피 20%), 연평균 10%(코스피 2.29%)에 이른다. 더 좋은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또 지난 2일 투자자설명회에서 “올해 말 보험사 지급여력제도 변경(K-ICS)과 관련해 보유 주식자산의 위험 값 상승과 자산집중에 따른 리스크를 신설해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회계처리기준은 이미 2000년대 들어 상품가입자 및 투자 고객 등 이해관계자 보호 차원에서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 평가로 자리 잡은 상태다. 국내에서도 보험업을 제외한 저축은행·증권사는 십수 년 전부터 보유 주식·채권의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주주’ 지위라는 삼성생명 한 기업만의 특수한 사정과 “배당계약자 및 주주의 이익”이라는 논리에 떠밀려 유독 보험업종에서만 시가 평가라는 회계 선진화가 8년 넘게 지체되고 있는 셈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