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정여진(29·서울 성북구)씨는 최근 고양이 사료를 주문하려다 깜짝 놀랐다. 늘 구매했던 4㎏짜리 사료 가격이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보통 4만7천원 정도에 구매했는데, 같은 쇼핑몰에서 특가에 판매하는데도 5만6천원으로 오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반려묘를 위해 한 달 평균 20만원 정도를 썼는데, 사료는 물론 간식값, 모래값, 구충제 등 약값도 올라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로 인해 반려동물 사료값도 폭등하고 있다. 게티 이미지 뱅크
최근 식품업계의 잇단 가격 인상 대열에 반려동물 사료도 합류해 ‘펫펨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사료뿐 아니라 각종 약값과 장난감류 가격도 덩달아 치솟아 ‘펫플레이션’(펫+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13일 미국 내추럴발란스 한국법인 내추럴발란스코리아는 최근 누리집을 통해 내년 1월1일부터 반려동물 사료 전 품목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 내추럴발란스코리아는 공지문을 통해 “미국에서 사료를 수입하는 업체로서, 지난 9월12일 미국 본사로부터 원자재 상승 및 기타 비용 증가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한다는 공식 연락을 받았다”며 “한국 역시 2023년 1월1일부터 전 품목에 걸쳐 20~30% 가격 인상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이 적용될 경우, 현재 4만4천원인 ‘오리지널 울트라 닭&오리 도그 포뮬라’(3㎏)는 5만2800~5만7200원 사이로 가격이 뛸 것으로 보인다.
내추럴발란스코리아는 내년 1월1일부터 전품목 가격을 20~30% 인상한다고 최근 누리집에 공지했다. 누리집 갈무리
지난달에는 반려동물 사료 시장점유율 1위 기업 로얄캐닌이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0% 안팎씩 인상했다. 또다른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힐스 역시 약 10% 정도 가격 인상에 나섰고, 하림펫푸드도 사료 가격을 8.4~18% 인상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한결같이 “사료의 원재료가 되는 곡물·생선·육류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른 데다 계속되는 고환율에 따른 물류비 상승 등을 감당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구충제, 심장사상충 예방약, 진드기 퇴치제 등 반려동물 의약품 국내 공급가도 15~20% 가량 올랐다. 이들 의약품은 반려동물에게 주기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필수 의약품이라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폭등하는 사룟값에 길고양이들에게 급식을 하는 캣맘들의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으로 활동하는 진아무개(53)씨는 “날이 추워져 사료라도 든든히 먹여야 하는데, 최근 사료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20㎏ 대포장 기준으로 올 초 3만8천원짜리가 최근엔 5만원을 넘어, 단가가 낮은 사료로 바꿔야 할 듯 싶다”고 말했다. 강아지 2마리와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소아무개(36)씨는 “지금까지 ‘나는 허리띠를 졸라매도 애들한테는 최고로 해주겠다’고 결심했지만, 치솟는 가격 탓에 가성비를 고려해 사료를 3가지씩 섞어서 주고 있다”며 “사료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 분명해 일단 6개월치 정도 사재기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케이비(KB)경영연구소의 ‘한국반려동물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1448만명(604만가구)에 이른다.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인데, 사료 가격 등의 인상으로 유기동물이 늘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실·유기 동물 수는 12만마리에 달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