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상반기보다 하반기 못할것” 대세로
삼성경제연도 전망치 수정…환율급락 영향
삼성경제연도 전망치 수정…환율급락 영향
경기가 살아난다고 한다. 올해 성장률은 5% 안팎이라 하니 지난해(4.0%)와는 차이가 많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2002년 이후 가계부채로 인해 내수경기가 2년 반 가량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었다. 그나마 수출이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외끌이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는 양극화와 불균형 성장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성장률은 3~4%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수경기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연말, 정부는 물론 각 경제연구기관들이 올해 성장률을 장밋빛 전망으로 색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몇 년 만에 수출과 내수가 쌍두마차 체제를 구축하니, 강력한 경기회복 엔진이 발동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차 있었다. 그런데 최근 경기가 제대로 달궈지기도 전에 다시 식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내수가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이젠 수출이 휘청거릴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월 경상수지 흑자는 1억4천만달러로 전달(5억4천만달러)보다 75%나 줄어들었다. 설 연휴를 감안해도 지난해 같은 달의 38억8천만달러와는 비교도 힘들다.
내수 살아나니, 이번엔 수출 휘청=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지난 연말에는 ‘상반기 4.7%, 하반기 4.9%’였다. 그런데 이를 ‘상반기 5.1%, 하반기 4.5%’로 바꿨다. 상반기에 활짝 피었다 하반기에 가라앉는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엘지경제연구원 등 다른 경제연구기관들의 전망치도 이런 ‘상고하저’형이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7일 분기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 이유로 급격한 환율하락에 따른 경상수지 감소를 들었다. 지난 연말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990원(엘지경제연구원)~1014원(삼성경제연구소)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환율은 사흘 연속 오름세에도 불구하고 이날 현재 976.6원이다. 환율하락, 수출감소는 수출업체의 순이익, 매출액을 떨어뜨린다. 관련산업 경기는 불황으로 빨려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지난해 수출업체가 환율하락분을 수출가격에 전가한 비율은 40%에 그쳤다”며 “환율하락분을 수출업체가 그대로 떠안기 때문에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수출이 급격히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수출증가율을 8.3%로 수정 전망했다. 2001년 이후 수출증가율이 처음 한자릿수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경상수지 전망치도 애초 90억달러에서 32억달러로 대폭 낮췄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엘지경제연구원도 174억달러로 잡은 경상수지 전망치를 대폭 낮춰 3~4월께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의 경상수지 전망치(150억달러)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가 경기고점?=그래프만 보면 경기 흐름은 지난해 상반기(3.0%) 바닥을 찍고, 불과 1년 만인 올해 상반기(5.1~5.4%)에 정점까지 오른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 다시 고꾸라지는(4.2~4.7%) 형태다. 그러나 연구기관들은 그래프상 올해 상반기의 돌출을 경기상승 국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작은 언덕’으로 보려 한다. 경기의 상승 흐름은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한국 경제의 성장복원력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 환율, 국제유가, 미국 경기 등 우리를 둘러싼 대외여건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경기회복’ 자만심에 빠지지 말고 올 하반기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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