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고환율과 경기 둔화로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겼을 때 한산한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 모습.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
‘하늘길은 열렸지만, 고환율에 경기 둔화로 면세점 업황은 여전히 흐림?’
롯데면세점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14일 밝혔다.
희망퇴직 대상 인원은 대리급(SA grade)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15년 이상인 직원들로, 해당 조건에 포함되는 직원은 롯데면세점 전체 인력의 약 15% 수준인 160여명이다. 신청 기간은 14일부터 21일까지다.
롯데면세점은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25개월치 통상임금과 직책수당, 일시금 2천만원을 지급한다. 또 중·고교나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퇴직자에겐 최대 2천만원의 학자금을 추가로 지원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변화한 사업환경에 더욱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조직과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롯데면세점 희망퇴직은 면세점 업계의 부진이 계속되는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시작된 뒤 3년여간 관광객 감소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면서 여행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고환율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단기간에 부진을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올 3분기 들어 적자행진을 멈추고 흑자전환했지만, 1~3분기 누적적자만 533억원에 달한다.
엔데믹으로 여행수요가 늘고는 있지만, 고환율과 경기둔화로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겼을 때 한산한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 모습.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그동안 펼쳐온 다점포 전략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여행수요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의 봉쇄정책이 이어지며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 관광객이 늘지 않고 있고,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매출 연동 임대료를 고정 임대료로 다시 전환하기로 하는 등 단기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의 이번 희망퇴직을 롯데그룹의 전체적인 ‘조직 리빌딩’ 차원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롯데하이마트도 이달 16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한다고 공지한 것을 보면, 롯데그룹이 전체적으로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 아니겠냐”며 “면세점 업황 자체는 느리더라도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롯데면세점의 이번 희망퇴직은 오프라인 중심 판매구조와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조직을 다시 정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