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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납품가 연동제’ 내년 의무화…현장 정착 위해 필요한 것은

등록 2022-12-14 14:14수정 2022-12-14 14:25

개정법 시행 내년 10월께
기대감 한편으로 예외조항 탓에 불안감도
원청 47곳·하청 341곳 시범운영 중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각종 법안이 처리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도 이날 통과됐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각종 법안이 처리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도 이날 통과됐다. 연합뉴스

가전 회사 ㄱ사는 모터 제조업체 ㄴ사로부터 납품받는 콤프레셔(공기 압축기)의 가격을 분기별로 조정하고 있다. ㄴ사가 만드는 콤프레셔의 원재료 철 스크랩(쇠부스러기)의 가격 변동에 따라 납품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이다. 철강금속신문 고시가(생철, 남부지역 평균가)를 기준지표로 삼아 3% 이상 등락한 경우, 현재 납품단가에 ‘철 스크랩 기준가격 변동분x철 스크랩 중량’을 더한 값을 새로운 납품가로 정하고 있다.

두 회사 사이의 이런 납품가 연동제는 중소벤처기업부 주도의 시범운영에 따라 자율적으로 맺은 특별약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지난 9월 시작된 시범운영에는 14일 현재 원청(위탁기업) 47개, 하청(수탁기업) 341개 등 388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납품가 연동 약정 체결 건수는 371건에 이른다. 포스코를 비롯한 일부 위탁기업들에서 시범운영 이전부터 납품가 연동제를 도입해 시행한 예도 있다.

업계 자율 방식으로 시범운영 중인 납품가 연동제가 내년부터는 법적으로 의무화된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상승 폭을 약정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며, 납품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인 주요 원재료를 대상으로 삼는다.

개정 법은 내년 10월께부터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연동제의 개념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은 공포 6개월 뒤, 의무와 제재에 관한 사항은 9개월 뒤에 시행하게 돼 있다. 계도기간 3개월까지 고려하면 2024년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개정 법 공포는 연내 또는 내년 1월 초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뤄질 것으로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다보고 있다.

개정 법에선 납품대금 1억원 이하 소액 또는 계약 기간 90일 이내 단기 계약인 경우, 위탁기업이 소기업인 경우는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에도 예외 지대로 남겨두고 있다. 이 대목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위탁기업 쪽으로 쏠려 있는 국내 원·하청 거래 관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납품가 연동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막판까지 밀고 당기기가 이뤄졌던 까닭이기도 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상호 합의한 경우 예외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법을 피해가게 한다는 지적이 나와서 빼려고 하다가 ‘여러 요청들’을 반영해 삽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 대신 “연동 조건 및 대상이 분명할 경우 계약서를 체결하게 돼 있고, 고의로 회피할 경우 페널티(벌칙)를 주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뒀다”고 덧붙였다. 위탁기업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연동제를 회피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대목을 일컫는다.

더 원천적인 문제도 있다. 연동제 도입·시행을 고려해 애초에 정하는 납품가를 낮게 책정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다. 대기업 쪽에서 법 개정안 통과 뒤에도 납품가 연동제에 강력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사정에 비춰 이를 기우로만 돌리기 어렵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최종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피해, 공장 해외 이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산업계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청 쪽에서 애초 납품가를 후려치는) 그럴 경우도 있겠는데, 최초 가격 설정 때 유연성이 높아지는 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청 쪽에서 비용 상승만큼 납품가를 높여 받을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경우, 초기 가격을 정할 때 갈등과 긴장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최 위원은 “제도를 운영하다 보면 보완점이 나타날 것”이라며 “일단 ‘1루로 출루한’ 것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경만 의원은 “(납품가 연동제는) 원자재 급등에 따른 부담을 중소기업 쪽만 지다가 대기업도 분담하는 상생의 틀이자,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통로”라며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제도로, 또 기업 문화로 안착하도록 유도하고 잘 감시해 나가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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