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 다 쓰지 못하고 곳간에 남긴 여윳돈이 41조1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코로나19 대응 지출을 늘린 결과 중앙정부는 31조원이 넘는 재정적자를 냈지만, 매년 지적된 지방정부의 소극적인 지출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이 받을 수 있던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내수 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나라살림연구소의 ‘2021년 243개 지방정부 결산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국 지방정부의 세입은 502조원이었지만 세출은 433조5천억원에 그쳤다. 결산상 잉여금(세계잉여금)이 68조5천억원에 이른다. 지방정부는 세입금액 만큼 세출금액을 편성해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라는 ‘균형 재정’ 원칙을 따를 것을 규정한 지방자치법이 지난해에도 지켜지지 못한 것이다.
잉여금에서 특정 사업에 이월된 금액과 중앙정부·광역지자체로 반환된 보조금 집행 잔액을 뺀 순세계잉여금은 31조4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지방정부가 예산 사업을 할 수 있는 재원이 31조4천억원이나 더 있었는데도 쓰지 못한 것이다. 쓸 수 있었는데도 쓰지 못한 31조4천억원은, 같은해 중앙정부 재정 적자 규모인 30조5천억원보다 많다.
순세계잉여금에 더해, 재정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세입 일부를 적립하는 용도인 재정안정화기금 9조7천억원까지 고려하면, 지난해 지방정부의 ‘여윳돈’은 41조1천억원에 이른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지방정부에 현금, 현금성자산, 단기투자상품 형태로 잠겨버린 잉여금 68조5천억원 만큼 내수경기에 악영향이 발생하는 것”이고 “여유재원 41조1천억원 만큼 지역 주민이 행정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정부의 소극적 지출 태도가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되었는데도, 여유재원(순세계잉여금과 재정안정화기금의 합)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순세계잉여금은 2020년 32조1천억원보다 7천억원 줄었지만, 재정안정화기금은 7조6천억원에서 9조7천억원으로 2조1천억원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여유재원은 2020년 39조7천억원에서 1조4천억원 가까이 늘었다. 지방정부 재정 부족 등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라고 만든 재정안정화기금이, 현실에서는 순세계잉여금의 ‘저금통’ 구실을 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방정부가 균형재정 원칙을 지키기 위해 우선 정확한 세입 예측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 지방정부의 예산상 세입 예측금액은 365조7천억원인데 결산 세입은 502조원으로 초과세수가 136조3천억원이나 생겼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세입 예산 대비 결산 예산 오차율이 37.4%에 이르는 것은, 과도한 이월금이 존재하고 전년도 순세계잉여금을 본예산에 충실하게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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