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점유율 50% 남짓인 씨제이대한통운이 오는 1월1일부터 택배비 인상에 나선다. 1위 업체의 택배비 인상은 다른 업체들의 ‘도미노 인상’을 불러오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소비자 배송비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씨제이대한통운 제공
친환경 비누 등을 판매하는 40대 자영업자 고아무개는 최근 씨제이(CJ)대한통운 대리점 쪽으로부터 내년 1월1일부터 ‘원가상승에 따른 택배운임 조정 협조 요청’이라고 적힌 공지문을 받았다. 지금까지 2750원을 내던 소형에이(A·극소형) 단가는 2900원으로, 3200원이던 소형비(B·소형)단가는 3400원으로, 씨(C) 단가는 3800원에서 4300원으로 각각 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씨는 “사업을 시작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물량이 많지 않다 보니 가장 높은 1구간 단가를 적용받고 있는데, 택배비 인상 공지문을 받아들고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엔 손해를 감수하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송비를 올리지 않았는데, 내년부터는 배송비를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장사도 안되는 상황이라 월 20~30만원 수준도 더는 감당할 수 없을 듯 싶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택배 업계 1위 씨제이대한통운이 내년 1월1일을 기점으로 기업 고객에 대한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평균 2500~3000원 수준인 소비자 배송비가 새해부터는 30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씨제이대한통운 관계자는 <한겨레>에 “앞서 예고한 대로 1월1일부터 유가와 인건비 상승 등 원가 부담으로 인해 개인 고객을 제외한 기업 고객 택배비를 인상하기로 했다”며 “씨제이대한통운의 경우, 연초에 재계약 물량이 많은 만큼, 12월 초부터 대리점 등을 통해 업체별로 단가 인상 공지문이 발송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택배업계 점유율 50% 남짓인 씨제이대한통운이 오는 1월1일부터 택배비 인상에 나선다. 1위 업체의 택배비 인상은 다른 업체들의 ‘도미노 인상’을 불러오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소비자 배송비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씨제이대한통운을 통해 물량 5만개 이상(10구간)을 거래하는 온라인쇼핑몰 등 기업 고객을 기준으로 극소형(80㎝·2㎏ 이하)은 1900원에서 2000원으로 5.3%, 소형(100㎝·5㎏ 이하)은 2300원에서 2500원으로 8.7%, 중형(120㎝·10㎏)은 2750원에서 3050원으로 10.9%씩 각각 인상된다. 씨제이대한통운 관계자는 “물량의 80% 이상이 극소형이라 평균 122원 정도 인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택배비 인상 폭은 최근 2년 새 고공행진 중이다. 앞서 씨제이대한통운은 1600원이었던 극소형 택배요금을 지난해 4월과 올해 1월 각각 250원과 50원 올린 바 있다. 이번 인상분까지 더하면 2년도 안 돼 25%를 인상하는 셈이다.
특히 씨제이대한통운이 밝힌 인상안이 월 5만개 이상 거래하는 ‘10구간’ 기준인 만큼, 물량이 적은 소상공인의 택배비 인상 체감효과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량이 적을수록 택배비가 비싸, 인상율이 같아도 인상 폭(금액)은 커진다. 택배비는 업체별 거래량에 따라 단가가 달라진다. 결국 소상공인들의 늘어나는 택배비 부담은 소비자의 배송비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소규모 주방용품을 판매하며 한 달 물량이 2천개 남짓이라는 이아무개(39·울산시 중구)씨는 “가장 거래량이 많은 극소형부터 소형은 각각 200원씩 올라 2500~3천원이 됐으니 한 달에 택배비 부담만 40만원씩 늘어나는 셈”이라며 “지금까지는 1년에 서너 차례 무료배송·반품 이벤트도 벌이곤 했는데, 무료는 고사하고 배송비를 올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씨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은 경쟁이 치열해 택배비 100~200원 차이에도 주문량이 크게 갈리다 보니 일단 경쟁 업체 상황을 지켜보며 한두 달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할 듯 싶다”고 덧붙였다.
택배업계 점유율 50% 남짓인 씨제이대한통운이 내년 1월1일부터 택배비 인상에 나선다. 1위 업체의 택배비 인상은 다른 업체들의 ‘도미노 인상’을 불러오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소비자 배송비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씨제이대한통운 터미널 모습. 씨제이대한통운 제공
의류를 판매하는 또 다른 소상공인 50대 조아무개씨는 “이번 인상만 따지면 극소형은 150원, 소형은 200원이 올라 인상률이 5~6%지만, 올 초에 이미 한 차례 인상이 됐기 때문에 연 단위로 따지면 14~15%(400~500원)가 오른 셈이니 소비자에게 배송비 부담을 떠넘기지 않을 재간이 없다”며 “가성비로 경쟁하는 비브랜드 의류에 배송비를 3천원 이상 붙이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테지만, 당장 한 달 수십만원이 아쉬운 처지라 어쩔 도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온라인 거래 의존도가 높아진 소비자들의 걱정도 늘 수밖에 없다. 일주일 평균 3~4건은 택배를 통해 물건을 배송받는다는 최아무개(39)씨는 “택배비가 오르면 무료배송 혜택도 줄고, 배송비도 오를 것이 뻔하니 부담스럽다”며 “단순 반품의 경우엔 왕복 택배비 명목으로 2배를 물어야 하니, 아무래도 작은 업체보단 가급적 품질 보장이 되고 무료 배송 혜택도 많은 백화점 등 대형 온라인몰을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이 50% 남짓인 씨제이대한통운이 택배비 인상 카드를 빼 든 만큼 롯데·한진·로젠 등도 곧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상승, 택배 기사들의 처우 개선, 물류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 등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모든 업체가 매한가지”라며 “지금까진 ‘당분간 인상 계획이 없다’고 답하지만, 거래처와의 재계약이 다수 도래하는 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시차가 있을 뿐 결국 인상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