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으로 국내 계란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계란 수급 상황 악화에 대비해 계란 수입에 나서기로 했다.
농식품축산부는 23일 “초도 물량으로 국영무역을 통해 다음 달 중에 스페인에서 계란 121만개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하루 평균 계란 생산량 4500만개와 비교하면, 하루 생산량의 2.7%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달 들어 계란 가격이 크게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22일 기준으로 계란 한판(특란 30개) 전국 평균 소비자 가격은 6672원으로, 평년(5552원)보다 20% 이상 뛴 수준이다. 최고가는 이미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7천원을 넘어섰다. 다만, 이달 초 평균가가 6740원까지 올랐던 것에 견줘 오름세는 다소 더뎌진 상태다.
농식품부는 이번 조처가 계란 수급 안정을 위한 대응방안을 미리 점검하고자 진행하는 선제 조치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 에이아이 확산 등으로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국내에 부족한 물량을 즉시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미국 등에서 신선란을 수입했지만, 미국 역시 현재 고병원성 에이아이 발생으로 계란 가격이 높아져 스페인 등으로 수입국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 겨울 고병원성 에이아이가 지난해에 견줘 3주 정도 일찍 발생했고, 전파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철새 유입이 다음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고병원성 에이아이 확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스페인에서 계란을 직접 수입해 다음달 중 판매를 원하는 대형마트, 식재료업체 등에 공급한다. 수급 상황에 따라 추가 수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스페인산 계란은 국산 계란 가운데 주로 유통되는 것과 같은 황색란이다. 다만, 국산 계란은 껍데기(난각)에 10자리(산란일자+농장 고유번호+사육환경) 숫자가 표시돼 있고, 수입산은 농장고유번호 없이 5자리(산란일자+사육환경) 숫자만 표시돼 있어 눈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농식품부는 내년 2월부터 고병원성 에이아이 확신 시 병아리를 필요한 만큼 수입해, 키우던 닭을 살처분한 산란종계 농가 등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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