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은행 입구에 대출과 예금 상품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기준 소득 1분위인 저소득층 차주의 평균 대출잔액이 1년 전보다 8.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금 상환이 아니라 대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저소득층이 금리 상승기에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대출절벽’에 내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에 따른 소득수준별 차주 상환능력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9월 기준 저소득층(소득 1분위)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377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만원(8.8%) 줄었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차주의 신용대출 평균 잔액이 35만원(6.0%) 줄었고, 주택담보대출 평균 잔액이 154만원(7.8%) 감소한 것이 전체 대출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카드론 대출잔액은 평균 20만원(13.3%) 증가했다.
저소득층의 대출잔액 감소는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대출절벽에 내몰린 상황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오 연구위원은 “카드론은 별도의 신용심사가 없는 대출상품인 점을 감안하면 카드론 잔액 증가는 저소득층의 대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함을 의미한다”며 “(저소득층 대출 잔액 감소는) 상환 여력 확보에 의한 대출 원금 상환보다는 신용심사를 거쳐야 하는 일반 신용대출에서 한도가 감소하거나, 일부 신용대출 갱신 실패에 의한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소득 5분위) 차주 또한 대출잔액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는 원금상환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9월 고소득층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1조5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6만원(0.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오 연구위원은 “고소득층이 상환 여력을 갖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간소득층 차주의 경우에는 올해 9월 소득 2·3·4분위의 차주 중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전년 대비 각각 146만원(3.2%), 272만원(4.9%), 328만원(4.1%) 증가했는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모두 증가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부담도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연구위원은 “대출금리 상승이 상환 부담에 미칠 영향은 소득수준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차별화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대출 접근성과 상환 양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저소득층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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