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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내 첫 ‘바다 위 변전소’ 새해 가동…“태양광 단가 낮출 것”

등록 2022-12-26 15:45수정 2022-12-26 21:02

스코트라, 거제 앞바다서 실증사업
“재생에너지 확산 위한 유력 방편”
3월에는 새만금에서도 진행 예정
경남 거제 장목항 앞바다에 설치한 스코트라의 수상 태양광 시설. 가운데 자리 잡은 구조물이 변전소 기능을 띤 전기실이다. 스코트라 제공
경남 거제 장목항 앞바다에 설치한 스코트라의 수상 태양광 시설. 가운데 자리 잡은 구조물이 변전소 기능을 띤 전기실이다. 스코트라 제공
경남 거제도 장목항에서 4~5㎞가량 떨어진 하청리(거제시 하청면) 일대 앞바다에는 태양광 발전 패널들이 빽빽하게 배치된 중간에 별도의 구조물이 서 있다. 부유식 구조물 설계·시공 회사인 스코트라가 제작·설치한 시설이다. 발전설비 가운데 자리 잡은 별도 구조물은 접속반·인버터·저압반·케이블 따위로 구성된 전기실로, 직류를 교류로 바꾸는 변전 기능을 한다.

스코트라는 새해 1월 중 이곳에서 국내에선 전례 없는 ‘실증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부유식 전기실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직류 상태로 받은 전기를 교류로 바꿔 땅 위의 송전탑으로 보내는 일이다. 이 방식에선 송전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케이블을 해저 바닥면으로 늘어뜨릴 필요 없이 직선에 가깝게 연결할 수 있어 케이블 공사비가 대폭 줄어든다고 한다.

김동찬 스코트라 이사는 “케이블 길이뿐 아니라 굵기나 가닥 수도 줄일 수 있어 케이블 설치 공사비를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교류로 바뀐 상태에선 전압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어 송전 효율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초창기 실험 단계에서 허가받은 전압은 380V인데, 데이터를 축적해 안전성을 확인하면 2만2900V까지 높여 실증에 나설 예정”이라며 “해상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꼭 필요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독일,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선 이미 많이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라 한다.

부유식 해상 전기실을 운영하는 국내 첫 사례인 스코트라의 실증사업은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위원회로부터 규제특례(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데 따라 가능해졌다. 현행 법규에는 부유식 전기실에 대한 검사 기준을 따로 두고 있지 않아 스코트라의 신청 건을 규제 특례로 인정해 상업화 직전 단계의 실증사업에 나설 수 있게 했다. 심의위는 “부유식 해상 전기실이 해상 태양광의 발전단가를 낮춰 재생에너지 보급과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특례 허용 배경으로 들었다.

새만금 공유 수면에 설치한 스코트라의 수상 태양광 시설. 앞쪽 구조물이 수상 전기실이다. 스코트라 제공
새만금 공유 수면에 설치한 스코트라의 수상 태양광 시설. 앞쪽 구조물이 수상 전기실이다. 스코트라 제공
스코트라는 새만금방조제 안쪽에 있는 휴게소 ‘돌고래 쉼터’ 근방의 공유 수면에도 부유식 전기실을 설치해두고 있으며 여기서는 내년 3월께 같은 내용의 실증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새만금 쪽은 변전 시설을 컨테이너 크기의 구조물 안에 채워 넣은 모양새다. 거제 쪽과 달리 발전시설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발전 시설 내부에 설치한 거제도 방식은 안정적인 대신 확장성에선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새만금 쪽은 그 반대다. 다른 발전 시설에서도 전기를 공급받아 송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에서 앞서는 방식이다. 스코트라는 실증 경험을 통해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쪽이 나을지 판단할 예정이다.

두 곳 변전소에 전기를 보낼 발전 시설의 용량은 거제도 500kW, 새만금 쪽은 200kW급이며 모두 산업부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다. 스코트라 쪽은 “발전소~변전소~송전탑으로 이어지는 케이블 설치도 이미 다 돼 있어 한국전력과 진행할 계통(전력망) 연계 관련 협의를 마치면 곧바로 스위치를 올릴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전에 전기를 판매해 받는 돈은 관련 시설 유지·보수 비용으로 쓰이며 나머지는 국고에 환수된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스코트라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이건식 부사장은 세계적인 흐름에 비춰 “재생에너지 사업은 계속 확장될 영역이며 그중 절반 이상은 태양광이고, 태양광 중에서도 수상 태양광 분야에서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임야나 지붕 따위에 설치하는 육상 태양광 사업은 이미 많이 진행된데다 자연 훼손 논란 탓에 대폭 추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 부사장은 “인도, 태국 등에서는 태양광 시설 설치 입찰 때 수상 전기실을 규격(기본 조건)으로 제시하곤 할 정도로 이미 많이 확산돼 있다”며 “이번 샌드박스로 국내에서도 수상 태양광의 시공성,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허들(장애물) 하나를 넘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 원전을 강조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분야는 탄력을 못 받는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이번에 수상 전기실 규제가 풀려 안도의 마음을 갖게 됐다”며 “에너지 사업은 정치적 의견 같은 것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스코트라는 2007년 3월에 설립돼 15년의 업력을 쌓았다. 지난해 기준 직원 수 79명에 매출 291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설립 초기엔 요트 계류 시설(승객을 요트로 이어주는 ‘폰툰’ 구조물)을 제작·설치하는 레저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다가 이후 수상 태양광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스코트라는 2018년 군산 유수지 18.7MW 수상 태양광 설비에 이어 2020년 8월 전남 고흥 남정호에 25MW 수상 태양광 설비를 시공한 바 있다.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인 41MW 합천댐 수상 태양광 발전설비를 건설한 주역도 스코트라였다. 스코트라는 충남 태안 이원호에 설치 중인 수상 태양광 설비 42MW 중 30MW를 맡아 설치하기도 했다. 이원호 설비의 나머지 용량 설치는 다른 업체에서 맡아 진행 중이다.

김동찬 이사는 “국내 수상 태양광 시장의 60~70%가량을 스코트라가 점유하고 있다”며 “수상 태양광 업체로는 유일하게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상 태양광 시장에는 스코트라를 비롯해 8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발전용량 기준 연간 300~400MW 규모로 알려져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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