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한가운데)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정부 및 재계 인사들과 떡을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계묘년 새해를 맞아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가 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렸다. 경제계 신년 인사회는 경제계는 물론 정·관계와 노동계 등 각계 인사들이 초청돼 덕담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신년회에선 이전과는 다른 장면들이 여럿 연출됐다.
올해 신년 인사회에는 정부와 재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에스케이(SK)그룹 회장 등 경제 6단체장은 물론 국내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허태수 지에스(GS) 회장, 권오갑 에이치디(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은 엘에스(LS)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제외하고 자산 규모 기준 10대 그룹 총수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특히 삼성 총수는 고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대한상의 신년회에 참석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이재용 회장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포스코 회장과 케이티(KT) 대표이사는 단골 멤버였지만 이번에는 빠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과거 주요 그룹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총수 대신 부회장급이 대신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년 인사회에 10대 그룹 총수가 거의 다 참석한 건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정부 고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대통령(실) 외에 장관(급) 10명과 청장 4명이 참석했다. 이전 신년회 땐 많아야 관련부처 장관 5~6명이 참석하는 정도였다.
정부 고위 인사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장관(급)만 10명이 참석했다. 여기에 김창기 국세청장, 윤태식 관세청장, 이종욱 조달청장, 이인실 특허청장 등 청장급 기관장도 여럿 참석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중기중앙회 신년회에 청장님이 참석한 적은 있다. 대한상의 신년회에 참석한 건 이전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환경부·국토부·행안부 장관을 초청한 전례도 찾기 힘들다. 이들은 기업의 각종 규제와 인허가, 세무조사와 과세, 공공발주 등을 지휘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규제기관 공직자들이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되어 위기를 극복하자’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다. 기업 비즈니스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규제기관 공직자들과 함께 원팀 정신을 살리자는 취지가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대한상의 주최 신년회는 경제계가 정·관계와 노동계 등 각계 인사를 초청해 화합의 의미를 나누는 자리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와 재계 인사들로 초청 대상을 좁혔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이고 한국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들도 초청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해마다 1200~1300여명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참석 인원이 500여명 수준에 그친 이유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올해는 중소기업중앙회와 합동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초청 대상을 정부와 경제계 인사들만으로 제한해 참석 대상을 최소화했다. 초청자 명단은 두 단체가 추렸고, 대통령실에서 최종 컨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계 주최 신년회에 대통령이 참석한 건 7년 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재계 신년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 합동 신년회에 재계 몫으로 총수들을 불렀다. 또 민관 합동 일자리 사업 등을 위해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총수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면 행사가 축소됐을 때는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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