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한강변 아파트 뒤편)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토지 용도와 밀도 제한을 지방자치단체가 자유롭게 정하는 ‘도시혁신구역’ 도입에 나선다.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개발사업 등에 도시혁신구역 제도가 활용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 도시규제에서 자유로운 한국형 ‘화이트존’인 도시혁신구역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국토계획법은 도시 토지의 용도를 주거, 상업, 공업, 녹지 등으로 나누고, 용도에 맞는 건폐율·용적률 제한을 두어 밀도를 관리하고 있다. 가령 도시 주거지역의 건폐율은 70% 이하이며, 용적률은 500% 이하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한다.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도시혁신구역에서는 용도제한 자체가 사라진다. 용적률과 건폐율은 지자체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런 도시혁신구역 제도 내용을 담은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도시혁신구역이 싱가포르의 ‘화이트존’ 제도를 본 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화이트존은 개발사업자가 토지 용도를 자유롭게 복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해 노후 항만 배후단지가 주거, 국제업무, 관광 등이 융합된 ‘마리나베이’로 재개발됐다.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에서는 도시혁신구역 제도가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개발 사업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가 용산 정비창에 대해 대규모 고밀 복합 개발 계획을 내놓았는데,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고 있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던 중이었다. 이에 정부가 민간이 개발사업에 나서기 더 좋게끔 도시혁신구역 도입 등으로 도시개발 규제를 풀어주는 모양새다. 길병우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대폭적인 규제 완화로 민간이 혁신구역에서 개발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국토부는 용도지역을 변경하지 않아도 주거지역이나 공업지역에도 상업시설을 고밀도로 조성할 수 있는 ‘복합용도구역’ 도입 근거도 국토계획법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다. 체육시설, 대학교, 터미널 등 다중이용 도시계획시설이 고층 복합 시설로 만들어질 수 있게끔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도 새롭게 도입한다.
이렇게 도시계획 규제가 완화될 경우 개발 예정지의 땅값과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저소득층은 개발지에서 밀려나고, 인구 과밀과 교통 혼잡 등이 뒤따르는 무분별한 개발이 추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도시계획 변경으로 생기는 우발적 이익을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 방식으로 환수하는 공공기여를 도시혁신구역 등에도 적용할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올해 선도사업 추진계획을 마련하면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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