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으로 유명한 던킨 매장 모습. 에스피씨(SPC) 제공
에스피씨(SPC) 산하 비알코리아 계열 던킨이 잇따라 불거진 ‘위생문제’와 사망사고에 따른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가맹점주들에게 대금 연체를 이유로 도넛 등 물품 공급을 끊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점주들은 “본사의 귀책사유 탓에 매출이 급락해 물품 대금을 낼 수 없음에도 도넛 발주까지 중단시켜 폐업 위기에 몰렸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11일 던킨 가맹점주들의 말을 종합하면, 던킨 본사는 최근 물품 대금이 밀린 가맹점 6곳에 도넛 등 판매 물품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는 “(납부하지 않은) 기준 채권 잔액이 보증금의 80%를 초과해 시스템에서 주문이 자동 통제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내용증명을 보낸 직후 점주들이 발주를 못 하도록 시스템을 차단했다. 가맹점주들은 물품 대금 보증금으로 1천만원을 본사에 적립해두는데, 대금 연체액이 보증금의 80%(800만원)를 넘으면 본사는 도넛의 공급을 끊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대 내 입점한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 에스피씨(SPC) 불매운동을 호소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제공
가맹점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9일 물품 공급이 끊겼다는 제주 한림점의 정형근(53) 점주는 “2021년 8월 매장을 냈는데, 두 달 후 위생사태가 터져 하루 매출이 평소(120만원)의 절반 이하인 50만원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10월 에스피엘(SPL) 사망사고로 인한 불매운동이 계열사 전체로 번지며 매출이 20만~30만원대로 급락했다”며 “본사 탓인 두 사건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는데, 아예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본사가 대못을 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달에 100만원에 이르는 전기세는 물론 아르바이트 직원 임금도 감당할 수 없게 된 정씨는 9일부터 점포 문을 닫은 상태다.
충남 계룡점 역시 지난 9일부터 도넛을 발주하지 못하고 있다. 위생사태·불매운동을 거치며 매출이 80%나 떨어져 밤 12시까지 영업을 하고 부부가 함께 배달까지 하고 있지만, 빚은 불기만 하는 형편이다. 박연주(52) 계룡점주는 “10일 초등학교에 단체 배달(특납)이 예약돼 있었는데, 도넛 공급을 받지 못해 다른 점포에서 도넛을 대신 발주해줘 겨우 약속을 지켰다”며 “밀린 대금을 신용카드로 분납하겠다고 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참다못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리자, 본사가 “올해 9월 도래하는 계약 갱신이 거절될 수 있다”고 겁박했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점주들은 본사 쪽에선 물품 공급이 끊긴 가맹점이 6곳이라지만, 매출 급락으로 공급 중단 위기에 처한 곳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가맹점에 한 봉지당 1360원(부가세 별도)에 공급하는 베이글칩을 던킨 본사는 온라인에서 한 봉지당 1125원에 판매하다 점주들 항의가 이어지자 중단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던킨 본사는 위생사태가 발생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0월, 가맹점주들에게 사과하고 10억원의 손실보전을 약속하는 등의
‘상생협약’을 체결했지만,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송명순 전국던킨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점포별 지급 기준을 놓고 점주협의회의 의견을 묵살하며 말 바꾸기를 하더니 새해가 돼도 연락이 없다”며 “합의문에 담겼던 ‘가맹점 공급 상품의 타 유통채널 판매 금지’ 와 ‘물품 대금 카드 결제 논의’ 약속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던킨은 최근 홈쇼핑과 온라인몰에서 도넛과 베이글칩 등을 점포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다 점주 항의가 빗발치자 슬그머니 중단했다. 가맹점에는 한 봉지당 1360원(부가세 별도)에 공급하는 베이글칩을 온라인에서 한 봉지당 1125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송 회장은 “본사에 ‘손실보상금 10억원을 16일까지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다 불매운동 탓에 발생한 손실을 점주들에게 떠넘기는 던킨은 ‘상생’을 말 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겨레> 취재가 시작되자 던킨 본사 쪽은 이날 “11일부터 도넛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넛 공급이 중단된 점포들은 보증금 100% 이상 연체가 돼 10차례 이상 정산을 요구했던 곳임에도 상생 차원에서 제품 공급을 재개한 것”이라며 “손실보상금 10억은 지급 준비가 완료됐지만, 복수의 가맹점 단체 중 한 곳이 무리한 요구를 해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 공신력 있는 제3자의 도움으로 전체 가맹점주가 동의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