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ㅇ아무개(26)씨는 요즘 하루 7시간 이상 서서 일하느라 허리에 통증이 심하다. 지난달 갑자기 ‘본사 지침’이라며 점주가 카운터에 있는 의자를 빼버리는 바람에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잠시 앉을 수조차 없다. ㅇ씨는 “일이 많아 앉아서 농땡이를 부릴 시간도 없는데, 굳이 의자를 없앤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마트 계산원도 앉아서 계산하는 마당에 이게 21세기 근무환경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대형마트 계산원 등 서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의자 비치’가 의무화된 지 10년 넘게 지났지만, 주로 젊은층이 시간제로 일하는 편의점도 의자를 비치하지 않는 곳이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아르바이트 직원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처사”라고 반발하면서도,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한겨레>의 취재를 종합하면, 가맹점은 물론 편의점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에도 의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설명이다. 특히 주요 입지에 위치한 대형 매장인 직영점의 경우, ‘손님이 많고 바빠 의자에 앉을 틈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최근 한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던 ㅎ아무개(24)씨 역시 “카운터에 의자는 비치하지 않는다”는 점주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고 했다. ㅎ씨는 “점주가 ‘손님이 있을 땐 당연히 서 있어야 하고, 없을 땐 물건정리나 청소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더라”며 “아킬레스건염이 있는 터라 하루 5~6시간씩 서 있는 건 무리라 다른 자리를 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 카페에 최근 올라온 조사. 커뮤니티 갈무리
2009년 고용노동부는 서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 의자를 비치하도록 했고, 2011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0조에도 의자를 갖춰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해당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의자를 빼라는 지침을 내린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직영점의 경우, 너무 바빠 앉아서 쉴 틈이 없을 순 있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말을 다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조아무개(23)씨는 “지역으로 갈수록 주휴수당은 커녕 최저임금도 안 주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일이 고되도 ‘돈’을 많이 주는 직영점을 선호한다”며 “직영점에 의자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앉을 권리’ 운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의자가 있어도 등받이가 없고 엉덩이만 간신히 걸칠 수 있는 형태라 휴식을 취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5년 차라는 권아무개(28)씨는 “편의점은 밥을 먹다가도 손님이 오면 그만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손님이 없을 때를 골라 가야 할 만큼 휴게시간 보장이 안 된다”며 “의자에 잠시 앉는 것이 휴식의 전부인데, 그나마 등받이도 없으니 편히 쉬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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