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계산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한국의 기부문화 수준이 전세계 하위권이며, 기부 참여율도 계속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 119개국 중 88위에 머물렀다. 세계기부지수는 2010년부터 해마다 120여개국, 200만여명을 대상으로 모르는 사람 돕기, 기부나 자원봉사 경험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다.
2022년 기준 한국 순위는 기부 선진국인 미국(3위)이나 호주(4위)는 물론 중국(49위)보다도 한참 낮다. 한국 순위는 2019년까지 중위권(40~60위권)을 맴돌다 코로나19 대유행 정점인 2021년(110위) 꼴찌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조금 반등했다. 이웃 일본은 118위로 세계기부지수 조사에서 줄곧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중국은 꼴찌 수준을 맴돌다 2021년 95위, 지난해 49위로 급상승했다.
대한상의는 “한국은 팬데믹에 따른 경기 불안으로 기부 심리도 위축된 반면, 중국은 인민이 함께 부유해지자는 ‘공동부유’ 운동 영향으로 기부 심리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기부 참여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13살 이상 국민의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4%에서 2021년 21.6%로, 같은 기간 기부 의향은 45.8%에서 37.2%로 각각 감소했다. 민간의 기부 규모는 정체 상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기부 비중은 2011년 0.79%에서 2021년 0.75%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대한상의는 “2000년대 이후 기부금 세제지원이 축소되고 공익법인 규제가 강화되는 등 소극적인 기부 정책이 이어진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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